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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천사 마가레트 할매’ 오스트리아서 선종....39년간 소록도에서 봉사하다 2005년 귀국...대퇴부 골절 수술 중 급성 심장마비로
주해
2023. 9. 30. 11:23
‘소록도 천사 마가레트 할매’ 오스트리아서 선종
‘소록도 천사 마가레트 할매’ 오스트리아서 선종
소록도 천사 마가레트 할매 오스트리아서 선종 39년간 소록도에서 봉사하다 2005년 귀국...대퇴부 골절 수술 중 급성 심장마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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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 환자를 헌신적으로 돌봐 '소록도 천사'로 불린 마가레트(왼쪽)와 마리안느 간호사. 마가레트 간호사가 9워 29일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선종했다. /김연준 신부 제공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동료 마리안느 스퇴거(89)씨와 함께 39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다 2005년 모국 오스트리아로 조용히 귀국해 큰 울림을 줬던 ‘소록도 천사’ 마가레트 피사렛(88) 씨가 29일 오후 3시 15분(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선종(善終)했다. 2016년 소록도성당 주임 시절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레트’를 설립해 노벨평화상 수상을 추진했던 천주교 광주대교구 김연준 신부는 30일 “명절 인사차 오스트리아를 방문한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레트’ 강인혜 상임이사 등이 마가레트의 부음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귀국 후 요양원에서 지내온 마가레트는 최근 대퇴부 골절을 당해 수술을 받던 중 선종했다고 한다.
마가레트는 동료 간호사인 마리안느와 함께 ‘소록도의 천사’로 불렸다. 마리안느는 1962년, 마가레트는 1966년 소록도에 왔다. 오스트리아에서 간호학교를 졸업한 후 ‘소록도병원에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것. 오랫동안 ‘수녀’로 알려졌으나 이들은 자원봉사 간호사였다. 두 사람은 마스크, 장갑, 방역복도 입지 않고 흰 가운만 걸친 차림으로 환자들의 짓무른 손·발가락을 소독했으며, 피고름이 얼굴에 튀어도 개의치 않았다. 이들은 오스트리아 가톨릭부인회 후원을 받아 소록도에 의약품을 보급하고, 영아원과 결핵병동, 목욕탕 등도 지을 수 있도록 도왔다. 섬 밖으로 퇴소하는 이들에겐 정착금도 지원했다. 그렇지만 자신들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심지어 사망한 환자의 옷을 수선해 입기도 했고 지네가 출몰하는 낡은 사택에 살면서 한 번도 집 수리에 돈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헌신 덕분에 ‘소록도의 천사’로 불렸고 환자들은 ‘마리안느 할매’ ‘마가레트 할매’로 불렀다.
'소록도 천사' 마리안느(왼쪽)와 마가레트 간호사의 귀국 후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