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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 개막.....“돌담 아래서 담소 나누는 그림에 왜 눈물이 나는지..
주해
2023. 4. 7. 12:18
“돌담 아래서 담소 나누는 그림에 왜 눈물이 나는지...”
“돌담 아래서 담소 나누는 그림에 왜 눈물이 나는지...”
돌담 아래서 담소 나누는 그림에 왜 눈물이 나는지... 다시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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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막 올린 ‘다시 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최욱경의 ‘환희’를 관람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한국인이 사랑하는 근현대회화 거장들의 작품이 봄날 서울에 집결했다. 개막 첫날인 6일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 앞은 아침 일찍부터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들로 붐볐다. 전시장 문이 열리자마자 친구와 함께 입장한 강혜린(36)씨는 “거리에 걸린 포스터를 보면서 전시가 개막하면 꼭 와야겠다 벼르고 있었다”고 했다.
화가 박수근이 서울 창신동 집에서 그린 ‘골목 안’을 들여다보던 조미숙(72)씨는 “아이들은 뛰놀고 여인들은 돌담 아래서 담소를 나누는 정겨운 풍경인데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서양 그림처럼 너무 어렵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고 그립고 애틋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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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골목 안'(1950년대)
붉은 배경을 바탕으로 울부짖는 듯 입을 크게 벌린 이중섭의 ‘황소’는 첫날부터 관람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세상의 모든 기운을 응집시킨 듯 강렬함이 뿜어나오는 이 그림 앞에는 힘없이 몸을 늘어뜨린 ‘회색 소’가 걸렸다. 정나영 소마미술관 전시학예부장은 “화가에게 소는 인내와 끈기로 역경 속에서도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우리 민족이자 자기 자신이었다”며 “회색 소는 이중섭이 정신적 질병으로 고통을 겪던 시기, 쓰러지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서 그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이중섭, ‘황소’(1952~53)
이중섭, '회색 소'
조선일보사가 국민체육진흥공단·디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서양미술이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기 시작한 1920년대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격랑과 예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구본웅·김환기·박생광·변월룡·유영국·이쾌대·이인성 등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5인의 작품 159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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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웅 '중앙청이 보이는 풍경'
20세기 역사의 격랑을 헤치며 뚫고 나온 그림이 바로 우리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다. 구본웅의 ‘중앙청이 보이는 풍경’은 멀리 북악산을 배경으로 하얀 중앙청 건물이 서 있는 풍경을 그렸다. 대한민국 건국의 산실이자 우리 현대사의 역사적 기념물이었지만,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다는 이유로 1995년 논란 끝에 철거된 건물이 그림 속에 살아서 우뚝 서 있다. 본지에 ‘살롱 드 경성’을 연재하는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은 전시를 둘러본 후 “연재물에 등장하는 수많은 예술가의 실물 작품을 만날 수 있어 기쁘고 황홀했다”며 “전문가들도 실물을 보지 못했던 개인 소장가의 작품이 나와서 놀랐다”고 했다.
한국 근대기 어두운 역사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났던 작품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화가가 자신의 후원자 가족 17명을 한 폭에 그린 배운성의 ‘가족도’, 이쾌대의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조선의 천재 화가로 불린 이인성의 ‘해변’도 관람객들의 휴대전화에 담겼다. 미술평론가 황인은 “우리는 지금 근대미술이라고 부르지만, 작가들은 당대에 ‘최첨단 현대’를 살아갔던 인물들이다. 요즘의 방탄소년단처럼 대중의 관심을 받고 싶은 개성 강한 이들이었다”며 “한묵 작가 등의 작품이 모인 섹션이 그런 성격을 잘 드러낸 공간이라 재미있었다”고 했다.
6일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개막한 '다시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