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술/서양 미술사
결혼한 적 없고 배신까지 했지만… 둘의 그림은 늘 함께 거론된다.
주해
2022. 11. 28. 20:22
2020-06-29 08:02:2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9/2020062900057.html
[박종호의 문화一流] 결혼한 적 없고 배신까지 했지만… 둘의 그림은 늘 함께 거론된다
박종호의 문화一流 결혼한 적 없고 배신까지 했지만 둘의 그림은 늘 함께 거론된다 靑騎士파 男女 화가 야블렌스키·베레프킨 愛憎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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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騎士파’ 男女 화가 야블렌스키·베레프킨 愛憎의 일생
유럽으로 들어가는 항공의 관문이 프랑크푸르트지만, 정작 사람들은 이곳을 거쳐만 갈 뿐 이 부근을 여행하는 사람은 드물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주변 도시 중에 비스바덴이 있다. 바덴바덴과 쌍벽을 이루는 독일의 대표적 온천 도시인 비스바덴은 ‘… 온천’이라는 이름처럼 풍성한 숲으로 둘러싸였으며, 라인강과 마인강이 합류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래서 온천이 아니어도 휴식과 기분 전환을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비스바덴역에서 내려 중심 도로를 따라 시내로 들어간다. 도로 중간 오른편으로 육중한 건물이 나타나는데, 비스바덴 박물관이다. 도시 규모에 비해서 과도하게 거대한 박물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의 장중함과 세련됨이 더욱 놀랍다. 그러나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예상외로 많은 뛰어난 회화 때문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곳이다. 사실 이곳은 표현주의 회화 컬렉션에서 세계 최고의 양과 질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런데 여기의 많은 그림은 한 여성의 슬픈 일생과 닿아있다.
배신으로 끝난 러시아 남녀 화가의 동거
우리 이야기는 러시아로 날아간다. 마리안네 폰 베레프킨(Marianne von Werefkin·1860~1938)의 아버지는 제정 러시아군 총사령관이었다. 여성이 화가가 되기 쉽지 않았던 시대에 딸을 이해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아버지 밑에서 그녀는 행복하게 그림을 그렸다. 그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일리야 레핀의 클래스에서 사사하였다. 레핀이 그녀의 재능을 보고 '러시아의 렘브란트'라고 불렀을 정도였다. 그런데 클래스에서 급우인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Alexej von Jawlensky· 1864~1941)를 만난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4년 연하였던 야블렌스키는 무일푼 사관생도였다. 그녀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와 함께 뮌헨으로 달아나 함께 살았다. 그녀는 야블렌스키가 자신보다 화가 자질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연금 덕분에 생활에 지장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은 붓을 놓고 주부가 되어 야블렌스키를 뒷바라지했다. 부부가 되면 성(姓)이 바뀌어 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마음만으로 지냈다. 두 사람은 뮌헨에서 칸딘스키와 뮌터 커플을 만났고, 네 사람은 표현주의의 대표적 유파인 '청기사파(Der Blaue Reiter)'를 창시하는 중심이 된다.
①마리안네 폰 베레프킨 ‘리투아니아의 도시’(1913년). 그녀는 러시아 출신이지만 리투아니아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②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자화상’(1912년). ‘청기사파’ 활동 당시 모습이다. ③마리안네 폰 베레프킨 ‘자화상’ (1910년). 베레프킨이 야블렌스키와 칸딘스키, 뮌터 등과 함께 ‘청기사파’를 결성하던 즈음에 그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