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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을 정리하던 외팔의 수녀....한국사진사( 1929~ 1982)를 조망하는 사진전
주해
2023. 1. 22. 09:21
고무신을 정리하던 외팔의 수녀
[더 한장] 고무신을 정리하던 외팔의 수녀
더 한장 고무신을 정리하던 외팔의 수녀 한국사진사 1929~ 1982를 조망하는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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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새로 문을 연 뮤지엄한미 삼청이 개관 기념으로 열고 있는 <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에 전시된 배상하의 '수녀 수산나'. 1962년 미사중인 한 성당 문앞에 고무신을 정리하는 외팔의 수녀 뒤로 맨발의 소녀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가 배상하
수녀 한 명이 미사 중인 성당 입구에서 아이들의 신발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가 배상하가 촬영한 1962년 대구 계산성당 모습의 이 사진에서 눈에 띄는 두 가지는 오른쪽 단발머리의 소녀의 맨발과 왼팔이 보이지 않는 수녀의 모습이다.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사진을 두 가지로 구분했는데, 스투디움(Studium)과 푼크툼(Punctum)이라 했다. 라틴 어 스투디움은 광고 사진이나 뉴스 사진처럼 보는 순간 바로 알 수 있게 표현된 것이다.
반면 푼크툼은 사진을 감상하는 개인마다 사적인 경험이 투영되어 다르게 해석되는 부분으로 개인 앨범이나 역사적 사진에도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를 말한다. 작가들의 예술 사진이나 사적 경험이 투영되는 사진들이 여기에 속하는데, 사진이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감상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바르트는 사진이 사적인 경험이 반영되어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면 ‘찌른다’는 의미의 라틴어로 푼크툼으로 불렀다. 이 사진의 푼크툼은 바로 소녀의 맨발과 수녀의 왼팔이라고 하겠다.
아이들의 고무신을 정리할 게 뭐가 있나 싶겠지만, 전쟁이 끝난 지 10년도 안 된 헐벗고 가난했던 그 시절에도 우리 어른들은 이렇게 아이들에게 질서와 품위를 가르쳤다. 대구 매일신문 사진기자로 일하면서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사진들을 많이 남겼던 배상하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서울 종로구에 새로 문을 연 뮤지엄한미 삼청이 개관 기념으로 열고 있는 <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에 전시중인 홍순태의 <갈치>. 1971년 제 1회 건축및 사진전람회의 금상 수상작품. 시장 좌판에 갈치를 사진가 홍순태는 에드워드 웨스턴 스타일로 조형미 있게 촬영했다./ 사진가 홍순태
한참을 꼬아 놓은 이건 뭘까? 갈치다. 사진가 홍순태가 1971년에 촬영했다. 개인 사진전이나 사진집을 포함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진 관련 기록을 갖고 있는 홍순태는 오랫동안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친 사진교육자이기도 했다.
홍순태는 사진에서 항상 조형미를 강조했고, 그를 따른 제자들은 사진의 구도나 형태, 톤과 색조 등을 강조하며 사진의 시각적 요소를 잊지 않았다. 이 작품은 1971년 ‘대한민국 건축 및 사진전람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피망이나 배추를 흑백사진으로 촬영해서 인간의 등이나 치마처럼 보여준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의 사진들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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