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술/서양 미술사
마네는 왜 드가가 선물한 부부 초상화를 칼로 그었을까
주해
2022. 12. 9. 02:18
일본 기타쿠슈 시립미술관에는 드가가 1868~1869년 그린 마네 부부 초상화가 소장돼 있다. 드가는 소파에 널브러져 권태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마네와 피아노를 치고 있는 아내 수잔을 그려 마네 부부에게 선물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림 속 수잔의 얼굴도, 피아노도 볼 수 없다. 그림 오른쪽 부분이 칼로 잘려나갔기 때문. 그림을 훼손한 사람은 바로 마네다. 온화한 성격의 마네가 왜 이런 돌발 행동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림을 선물하고 얼마 후 마네의 작업실을 방문한 드가는 충격에 휩싸여 자리를 떴다. 그는 회상했다. “나는 작별 인사 없이, 내 그림을 가지고 나왔다.”
이 책은 질투에 대한 이야기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질투가 어떻게 성장의 연료가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매혹과 경쟁에 대한 이야기이며, 발전과 성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원제는 ‘The Art of Rivalry(경쟁의 기술)’. 퓰리처상 수상자로 워싱턴포스트 미술 비평가로 활동 중인 저자 서배스천 스미(49)는 “미술사엔 교과서가 외면하는 친밀감의 영역이 존재한다 믿는다”고 말한다. 에두아르 마네와 에드가르 드가,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 잭슨 폴록과 빌럼 더 코닝, 루치안 프로이트와 프랜시스 베이컨 등 서로의 초상화 모델이 되어주고 작품을 교환하며 작업실을 방문하면서 친구이자 라이벌로 지낸 네 쌍의 남성 화가 이야기를 경쾌하면서 우아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예술가들은 서로를 자극하고 부러워하며 경쟁하다가 어느 순간 ‘독창성’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훌쩍 뛰어오르는데, 이러한 감수성은 초년생 시절에 집중돼 있다.
왼쪽 사진은‘꼼꼼한 모범생’이었던 드가가 1868~1869년 그린 마네 부부 초상. 마네는 이 그림의 오른쪽 부분을 칼로 잘라버렸고 이후 드가가 빈 캔버스를 덧붙였다. 오른쪽 사진은 위트 있는 필치가 특색인 마네의 1870~1871년작‘휴식’. /앵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