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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왕릉 모든 유물, 최초로 한자리에 나왔다무령왕릉 50주년 특별전 개막… 국립공주박물관 현장을 가다
주해
2022. 12. 12. 01:36
2021-09-14 09: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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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왕릉 모든 유물, 최초로 한자리에 나왔다
무령왕릉 모든 유물, 최초로 한자리에 나왔다 무령왕릉 50주년 특별전 개막 국립공주박물관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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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왕릉 50주년 특별전 개막… 국립공주박물관 현장을 가다
무령왕릉 발굴 작업에 참여했던 지건길(왼쪽) 전 국립중앙박물관장과 조유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이 복원 작업을 마친 왕의 목관(오른쪽)과 왕비의 목관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현종 기자
“하이고, 저 나무판, 저….”
13일 충남 공주 국립공주박물관 전시실에서 고고학계 원로인 조유전(79)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이 탄식을 내뱉었다. 무령왕릉에서 발굴돼 보존처리를 마친 왕과 왕비의 목관(木棺)을 보고 50년 전 발굴이 엊그제 일처럼 되살아나서였다. “나무가 썩어 관 윗부분이 바닥으로 주저앉은 상태였어요. 밟으면 그만 폭삭 가루가 될 것 같아 건너가지 못하고 있는데 밖에선 (빨리 발굴을 끝내고 나오라고) 난리를 치지….” 관 맨 윗부분 부재가 의외로 단단해 살짝 밟고 간신히 건너갈 수 있었다.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무령왕릉 발굴 50년(1971-2021):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며’의 개막식에는 당시 문화재관리국의 젊은 학예연구사로 역사적인 발굴에 참여했던 조유전 전 소장과 지건길(78)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참석했다. 지 전 관장은 무덤 입구를 지키고 있던 동물상인 진묘수(鎭墓獸)를 가리켰다. “마치 저게 날 꼭 껴안으며 달래줄 것처럼 보이더라고!” 귀여운 인형처럼 생긴 동물상이지만, 당시엔 처음 세상에 나오는 무덤의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무척 신비스럽게 보였던 것이다.
금으로 만든 무령왕릉 왕비의 관꾸미개. /신현종 기자
내년 3월 6일까지 계속되는 이 특별전은 역대 최대 규모의 무령왕릉 관련 전시다. 2년 동안의 준비 끝에 공주박물관 내 전시실 두 곳을 털어 마련한 이 특별전은 1971년 발굴 이후 처음으로 무령왕릉 출토 유물 5232점 모두를 한자리에서 전시하는 자리다. 국보로 지정된 유물만 17점이다. 한수 국립공주박물관장은 “최소한 앞으로 한 세대가 지나기 전까지는 이런 전시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은 정말 우연한 일이었다. 반세기 전인 1971년 7월 5일, 충남 공주 왕릉원(옛 송산리고분군)의 배수로 공사 도중 ‘벽돌무덤’ 하나가 발견됐다. 그것이 묘지석에 새겨진 기록을 통해 백제 25대 임금 무령왕(재위 501~523)의 무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묻힌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한 한국 유일의 고대 왕릉이 고스란히 실체를 드러냈다. ‘고대사를 고쳐 쓰게 했다’는 한국 고고학의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백제 무령왕릉 특별전 입구에서 전시 중인 무령왕릉 출토 은잔. 정교한 문양에 백제인의 내세관을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신현종 기자
전시실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 첫 유물은 그동안 다른 유물에 비해 덜 주목을 받았던 은잔(銀盞)이었다. 공주박물관 윤지연 학예연구사는 “6세기 백제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을 연꽃과 신선의 세계 등 정교한 문양을 통해 가장 잘 담아낸 유물”이라고 했다. 이어 무령왕릉의 대표 유물이자 백제 문화의 정수라 할 만한 왕과 왕비의 관꾸미개·금귀걸이가 화려한 자태를 자랑했다. 우리나라 고대의 금 유물 중에서도 금 함유량 98% 이상으로 가장 순도가 높은 관꾸미개는 불꽃이 타오르거나(왕) 연꽃이 피어나는(왕비) 듯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 옆엔 달걀 한 개 무게에 육박하는 약 54g의 금귀걸이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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