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한국 미술사
물방울 그림에 반평생 바친 ‘한국 추상미술 거장
주해
2022. 12. 2. 10:27
2021-01-06 08:11:53
숙환으로 세상 떠난 김창열 화백
1972년 처음 물방울 회화 선보여
https://www.chosun.com/national/obituary-personnel/2021/01/05/EAYJOZWRUREMVD72ZTTZU76ERM/
[발자취] 물방울 그림에 반평생 바친 ‘한국 추상미술 거장’
발자취 물방울 그림에 반평생 바친 한국 추상미술 거장 숙환으로 세상 떠난 김창열 화백 1972년 처음 물방울 회화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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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평창동 작업실에 걸어둔 본인의 물방울 그림 앞에 자리한 생전의 김창열 화백. /고운호 기자
“죽으면 나무 밑에 묻어달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한 방울의 물방울이고자 했다.
‘물방울 화가’ 김창열(92) 화백이 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이날 유족 관계자는 “지난해 요양병원으로 거처를 옮겼으나 수개월 전부터 상태가 위중해졌다”고 했다. 반평생 물방울에 매달렸다. 생전의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다른 건 그릴 줄 모르니까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물방울의 독창적 미감(美感)을 구축하며 세계적 거장으로 거듭났다. 2012년 은관문화훈장, 2017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등을 받았다.
물방울 이전에 상처가 있었다.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나 16세에 월남했다. 서양화가 이쾌대가 운영하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고, 1948년 검정고시로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으나 6·25전쟁으로 학업을 멈췄다. 여동생을 잃었고 “중학교 동기 120명 중 60명이 죽었다”고 했다. 상흔이 화면을 채웠다. 죽은 육신과 총알의 흔적을 은유하는 암담한 색채의 캔버스가 당대의 증거로 남아있다. 1957년 현대미술가협회 창립 회원으로 활동하며 추상미술 앵포르멜 운동을 이끌었다. 참극 앞에서 목도한 좌절을 비정형의 회화로 풀었다.
천자문과 물방울을 한 화면에 올린 1991년작 '회귀 PK91003'. 물방울과 문자는 김창열 화업의 두 축이다. /갤러리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