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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미술관 .... 미시간 호수뷰의 밀레니엄 공원 속
주해
2024. 8. 13. 18:15
미시간 호수뷰의 밀레니엄공원 속 시카고 미술관
미시간 호수뷰의 밀레니엄공원 속 시카고 미술관
미시간 호수뷰의 밀레니엄공원 속 시카고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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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를 꼽으라고 하면 에드워드 호퍼의 이름은 무조건 상위권에 꼽힌다. 현대 도시인들의 우울함과 공허함, 그 멜랑콜리를 신파적이지 않게, 심지어 담담하게 잘 담아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이름은 몰라도 한 번쯤은 보았을 작품 ‘Nighthawks’(밤을 지새우는 사람들)가 바로 이 미술관에 있다. 뉴욕의 MoMA도, 메트로폴리탄도 아니다. 내륙 중심의 호수 도시, 시카고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이다. ◆3점의 명작,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을 불러들이다 시카고미술관 주요 소장품은 호퍼의 ‘Nighthawks’(밤을 지새우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르주 쇠라의 ‘A 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그랜트 우드의 ‘American Gothic’(어메리칸 고딕)도 있다.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 급은 아니더라도 미술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직접 만나고 싶은 작품들이다.
이외에도 ‘이 작품도 시카고에 있었어?’싶은 작품들로는 고흐의 ‘침실’, 르누아르의 ‘테라스에 앉은 두 자매’, 구스타브 칼레보트의 ‘파리 거리’가 있다. 모두 시카고미술관이 자랑하는 컬렉션이다. 2009년엔 근대 이후 작품만을 선보이는 ‘모던 윙’(신관)이 개관하면서 선보이는 폭이 커진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현재 미술관의 전체 소장품은 약 30만점에 이른다.
이처럼 ‘줄을 서서’ 보는 작품들은 어떻게 시카고미술관에 자리잡게 됐을까?
미술관 초창기 주요 기부자로는 프레드릭 클레이 바틀렛(Frederick Clay Bartlett, 1873~1953)이 꼽힌다. 화가이자 컬렉터였던 그는 ‘시카고 예술 클럽’의 창립멤버로 시카고 지역미술에 대한 관심도 컸던 패트론이었다. 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반 고흐의 ‘침실’ 등이 그가 미술관에 기부한 대표작이다. 뿐만 아니라 세잔, 고갱, 로트렉과 같은 후기 인상파 작품은 물론 피카소와 앙리 루소와 같은 현대거장들의 작품도 바틀렛 컬렉션으로 시카고미술관의 품에 들어오게 됐다.
또 다른 주요 기부자는 애니 스완 코번(Annie Swan Coburn, 1856?1932)이 있다. 클로드 모네, 폴 세잔 등의 작품을 포함한 인상주의 및 후기 인상주의 그림 100여점을 미술관에 기증했다. 르누아르 작품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히는 ‘(테라스에 앉은) 두 자매’, 모네의 ‘건초더미 (여름의 끝)’이 그의 컬렉션이다. 이외에도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사진 컬렉션 등이 주요한 컬렉션의 뼈대를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에드워드 호퍼의 ‘Nighthawks’(밤을 지새우는 사람들)는 기부가 아닌 구매작이다. 1942년 호퍼가 작품을 완성하고 불과 몇 달 만에 미술관으로 오게 된 것. ‘미국 미술의 친구들(The Friends of American Art Collection)’이라는 후원회에서 자금을 마련해 미술관이 구매할 수 있었다. 선견지명으로 사들인 ‘원석’이 이제는 전 세계 수 백 만명을 불러들이는 ‘보석’이 됐다.
1만 점에 달하는 컬렉션을 담아내기 위한 미술관 확장 프로젝트로 유명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디자인했다. 사진제공=시카고미술관] 이곳은 왜 '기관'인가, 미술관이 아니라 한국말로는 쉽게 '시카고미술관'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명칭은 시카고 미술 기관 (Art Institute of Chicago)다.
왜 ‘미술관’(museum)이 아니라 ‘기관’(Institute)일까? 시카고미술관은 1879년 그 탄생을 아카데미로 출발했다. 35명의 예술가 모임이었던 ‘시카고 디자인 아카데미’(Chicago Academy of Design)가 그 시초다. 이후 재정문제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공공에 미술품을 전시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추가 펀딩을 받으며 ‘시카고 순수미술 아카데미’(Chicago Academy of Fine Arts)로 1882년 이름을 바꾸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미국 최고 명문 예술대학으로 꼽히는 시카고 예술대학(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SAIC)이 미술관과 함께 ‘기관’을 구성하고 있다.
작품을 컬렉션도 중요하나, 그 기본은 교육이다. 그래서 일까. SAIC 출신 중엔 세계적 스타 작가들이 많다. 미국 모더니즘의 어머니로 꼽히는 조지아 오키프를 비롯 그랜트 우드, 신디 셔먼, 제프 쿤스가 모두 이 학교 출신이다. 선배들이 컬렉션 한 명작 위에서 새로운 거장들이 탄생하고, 이들이 세계 미술계 지형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