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한국 고미술

십장생도 十長生圖 - color on silk - 468.0☓143.0cm (eight-panel screen)

주해 2022. 11. 23. 09:43

2020-03-03 21:28:08

 

 

LITERATURE

『민화, 궁중의 담을 넘다』(宇鶴文化硏究 제17호, 2016), pp.16-20.

 

작품설명

열 가지의 장수를 상징하는 길상들을 그린 십장생도이다. 해・달・산・물・대나무・소나무・거북・학・사슴・불로초・돌・구름 등을 주제로 하며, 출품작에는 일월을 제외한 장생들이 가득하다. 중앙의 커다란 소나무와 대나무 사이로 여러 마리의 사슴이 노니며, 뒤로는 봉우리에 짙은 연운을 매단 뾰족한 산세들이 보인다.우측에는 골짜기에서 세차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와 물오름이, 좌측에는 정답게 마주 날아오는 학과 거북한 쌍이 눈에 띈다. 부벽준을 구사한 험준한 괴석은 화면의 양측과 하단에 자리해 마치 액자 프레임처럼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주며, 군데 군데 한창 물 오른 단풍을 두어 계절 색을 더했다. 대지에는 곳곳에 불로초를 배치하고 물가와의 경계는 옅게 선염 처리해 아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각기 영물들은 그 특징을 세밀히 묘사했으며, 서로 다른 역동적인 모양새를 취했다. 채색은 녹색을 골조로 다양한 명암을 구사했으며, 여러 식물들을 가미해 다채로운 화면을 구성했다.장생도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주요 주제였지만 ‘십장생’은 주로 국내에서 소비된 특수한 개념이다.

조선시대에는 유교 이념이 바탕인 왕실에, 도가적 사상을 기반으로 한 장생도가 유입돼 궁중장식화로 제작되곤 했는데 사실 장수는 모든 이가 염원하는 바로, 점차 그 유희 범주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산세를 배경으로 우측에는 계곡, 좌측에는 개울을 그려 물을 덧대는 형식은 그대로 유지하되, 조금 더 활달한 필치와 다양한 색상으로 생동감을 더했다. 점차 서양화법이 도입되며 입체감 있는 수목과 영모의 표현으로 사실감이 높아졌고, 출품작과 같이 좌측 하단에 개울을 최소한으로 생략해 영물을 배치한 점도 형식의 재구성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점이다. 한편 궁중화의 특징인 암석의 청록 빛 태점과 갈퀴 모양의 물살 등 세부표현에서는 장식화의 맥을 잇고 있다. 무엇보다 장장 5미터에 가까운 너른 폭에 온갖 진귀한 영모를 한 데 모아 심심찮게 화면을 완성한 작품으로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