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한국 미술사
이중섭보다 소를 먼저 그렸던… 잊힌 근대 화가 진환의 발굴
주해
2022. 11. 27. 01:55
구보경·황정수·윤주 등 5인
'진환 평전' 사후 70년 만에 출간
진환의 대표작인 ‘우기(牛記)8’. 진환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중섭의 소 그림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전라북도 고창 출신인 진환(본명 진기용·1913~1951)은 일제강점기에 일본미술학교로 미술 유학을 떠나 1936년 도쿄에서 열린 신자연파협회 제1회 전시에 입상했다. 베를린 올림픽 부대행사로 열리는 예술경기전 입선이었는데, 총 출품작 30점 중에 조선인은 진환이 유일했다.
1941년 일본에서 이쾌대, 이중섭 등과 '조선신미술가협회'를 창립했고 이 동인 활동은 나중에 경성(京城·서울)에서도 이어졌다. 해방 후 홍익대 미대 창립 구성원으로 활동하다가 6·25전쟁이 일어나 고향으로 돌아간다. 1951년 고향 인근에서 마을 의용군에게 적으로 오인받아 총을 맞고 38세 나이에 죽었다. 한국 근대 서양미술사에서 진환의 존재는 잊혀갔다.
'망각의 화가' 진환 사후 70년 만에 그를 본격적으로 재조명하는 책 '진환 평전'이 나왔다. 서양화·드로잉 등 모든 작품과 그가 쓴 수필, 편지 등이 수록됐다. 구보경 철학 박사, 황정수 근대미술연구가, 안태연 미술사가, 최재원 독립 큐레이터, 윤주 한국지역생태연구소장 등 다섯 명이 글을 쓰고 진환기념사업회가 이를 엮었다. 진환이 한국 근대미술에서 갖는 의미를 설명한 황정수와 유족에게 들은 진환의 일대기를 펼친 윤주 소장을 만났다.
현재 알려진 진환의 작품은 유화 여덟점과 스케치 등 총 30여점이다.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기에 적은 숫자가 아닐까. 황정수는 "6·25전쟁 이전 근대기에 활동하던 화가 중 작품이 30점 이상 남아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환기나 이중섭도 40년대 남긴 작품 수는 이보다 적을 것이다. 30여점이 많다고 할 순 없지만, 충분히 분석할 만하다"고 했다. "경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진환처럼 잊혀가는 근대 인물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화가로서 정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일본 화단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활동한 진환은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데도 연구가 많이 되지 않아서 안타까웠어요.
‘진환 평전’을 펴내는 데 참여한 다섯 작가 중 황정수(왼쪽)와 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