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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재산·과거 자랑 말라… 실버타운 스카이캐슬의 ‘3禁’릴레이 기부로 화제 된 최고급 실버타운의 세계......
주해
2022. 12. 6. 08:16
최근 아흔의 노부부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200억원 상당 재산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화장 도구 업체 삼성브러쉬 장성환(92) 회장 부부였다. 통 큰 기부만큼이나 눈길을 끈 건 기부를 결심한 계기. 부부는 ‘실버타운 이웃사촌’이었던 김병호(80) 서전농원 회장이 2009·2011년 두 차례에 걸쳐 350억원을 쾌척한 것을 유심히 봤다고 한다. 같은 실버타운 출신 ‘KAIST 기부 동기’는 두 명 더 있었다. 고(故) 조천식 한국정보통신 회장과 손창근(92)씨. 손씨는 지난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국가에 기증해 주목받은 인물이다.
회장님 넷의 릴레이 기부가 일어난 실버타운은 어디일까. 세간의 관심이 쏠렸지만, 기사엔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 ‘아무튼, 주말’ 취재 결과, 해당 실버타운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 ‘삼성 노블 카운티’. 은퇴자의 로망으로 꼽히는 최고급 실버타운 중 하나다. 이곳을 비롯해 유명 실버타운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실버타운계 스카이캐슬
업계에서 손꼽히는 실버타운계 양대 산맥이 있다. 실버 산업 전문가인 이한세 초고령사회 미래연구원 위원장은 “가격·서비스 등을 기준으로 삼성생명공익재단에서 운영하는 ‘삼성 노블 카운티’와 건국대에서 운영하는 서울 광진구 ‘더클래식 500’이 투톱으로 꼽힌다”며 “서울시니어스 타워, 수원 유당마을, 서울 성북구 노블레스 타워, 인천 마리스텔라 등도 유명하다”고 했다. 이덕수 한화생명 부동산 전문가는 “실버타운은 크게 도심형·도심근교형·전원형으로 나뉜다. 더클래식 500은 도심형, 노블 카운티는 도심근교형 대표 주자”라며 “어르신들에겐 병원이 중요한데 각각 건국대 병원, 삼성병원과 연계돼 인기가 있다”고 했다.
고급 실버타운의 입주보증금은 2억~9억원 정도. 2001년 문을 연 노블 카운티는 평형에 따라 보증금 2억1000만~9억7000만원에 월 생활비 290만~560만원 정도, 2009년 문을 연 더클래식 500은 단일 평형으로 보증금 9억원에 관리비 포함 월 생활비 500만~600만원 정도(옵션에 따라 다름)가 든다.
최근 서울시니어스 가양타워에 입주한 한 70대 여성은 “노블 카운티는 전원이 있어 공기는 좋지만 서울 나오기가 멀고, 더클래식 500은 시내에 있어 교통은 편하지만 보증금이 너무 비싸 좀 더 합리적인 곳을 찾았다”고 했다. 입주자 유치 경쟁도 있다. 한 실버타운 입주자는 “경쟁업체 관계자가 밥을 사주면서 단체로 회원을 빼간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돈 있어도 못 간다, 넘치는 대기자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입주하려는 이들이 넘쳐 난다. 2000년대 초반 어머니를 실버타운으로 모신 60대 사업가는 “그때만 해도 부모님을 실버타운에 보내면 자식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식으로 색안경을 끼고 봤다. 남의 이목 때문에 이왕이면 이름난 고급 시설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최근 서울·수도권 지역 인기 실버타운은 공실이 거의 없다. 노블 카운티는 현재 만실이고, 더클래식 500도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이한세 위원장은 “20여 년 전 실버타운이 생겨났을 때는 보증금 2억~3억원이 큰돈이었다. 당시 강남 아파트를 팔아야 들어올 수 있는 금액인 데다 생활비 수백만원까지 부담하려면 웬만한 자산가 아니면 들어오기 어려웠다. 이후 20년 동안 강남 아파트 가격은 10배 이상 오른 반면, 입주보증금은 거의 안 올랐다. 보증금이 아파트를 전세 주고도 들어갈 수 있는 금액이 되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 했다.
노블 카운티 관계자는 “7~8년 전부터 교사, 공무원 출신 등 연금 생활자 주민도 많아졌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위생상 안전하다는 이유로 들어오려는 사람도 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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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계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용인의 '삼성 노블 카운티'(왼쪽)와 서울 광진구에 있는 '더클래식 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