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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는 色이 휘감고, 중국화는 선이 춤추네

주해 2025. 2. 5. 08:42

한국화는 色이 휘감고, 중국화는 선이 춤추네

 

한국화는 色이 휘감고, 중국화는 선이 춤추네

한국화는 色이 휘감고, 중국화는 선이 춤추네 16일까지 한중 근현대 회화 수묵별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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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펑몐, '물수리와 작은 배(魚鷹小舟)'(1961). 종이에 먹, 색. 31×34.5cm. 중국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는 모처럼 수묵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미술관이 함께 기획한 이 전시에는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수묵채색화 148점(한국 74점, 중국 74점)이 4개의 전시장에 펼쳐져 있다. 중국미술관은 국보에 해당하는 국가문물국 지정 1급 5점을 비롯해 2급 21점, 3급 6점을 출품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중국 내에서도 쉽게 공개되지 않던 걸작들이고, 32점의 중국 국가 문물이 국내에 전시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 작품은 근대를 대표하는 이상범, 김기창, 박래현, 박생광부터 현대 한국화가 황창배, 이종상, 유근택, 이진주 작품까지 고루 나왔다.

원문자, '정원'(1976). 종이에 색. 166×120cm. /국립현대미술관

한국과 중국 작품을 각각 다른 전시장에서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양국 현대 수묵화의 대조적인 특징이다.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같은 층에 양국의 작품을 따로 전시함으로써 각기 다른 사회·정치·경제·문화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똑같은 재료의 수묵화가 어떻게 다른 미감을 보여주는지 비교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배 학예사는 한중 수묵채색화 비교 포인트 3가지를 꼽았다.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 전시장 전경. /뉴시스
쉬베이훙, '전마(戰馬·1942)'. 종이에 먹, 색. 110.5×61.3cm. 중국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①전통 계승 중국 vs 동서 공존 한국

관람객들은 “현대 중국화는 전형적인 수묵화 같은데, 현대 한국화는 서양화인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중국 작품에는 전통과 보수의 기운이 한국 작품보다 강렬하게 느껴진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중국 화가 장찌엔은 지난달 열린 작가 토크 행사에서 “중국인들에겐 과거를 돌아보는 문화적 DNA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초고속 시대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한국인 특성처럼 한국화는 전통의 틀에 구애받지 않고 서구의 최신 흐름을 적극 받아들였고 재료와 기법도 동시대 미술사조를 능동적으로 활용, 절충한 모습이라고 배 학예사는 설명했다.

우창숴, '구슬빛(珠光1920)'. 종이에 먹, 색. 139.6×69cm. 중국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②필획 중요한 중국 vs 채색 위주의 한국

전통을 고수하는 현대 중국화는 여전히 필획이 중요한 요소이지만 한국화는 점점 필획보다 채색 위주로 흘러가는 경향을 보인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양국 작품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연꽃을 추상화한 장바오린의 ‘햇살을 비추다’는 색채와 형태를 단순화해 추상적으로 나타내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화면에서 중요한 요소는 갑골문을 되살려 강조한 필획이다. 반면 한국화가 김춘옥은 같은 소재를 화폭에 담은 ‘자연에서’란 작품에서 간결한 필선과 유려한 채색의 농담 변화로 자연의 싱그러운 청량감을 전달했다.

황창배, '20-2'(1987). 종이에 먹, 색. 120.5×126.5cm. /국립현대미술관

③한국과 중국, 수묵채색화 용어부터 달라

전시를 둘러보면 동아시아의 수묵화가 한국과 중국에서 서로 다른 용어로 불린다는 걸 알게 된다. 중국은 수묵화와 채색화를 구분하지 않고 폭넓게 모두 수묵화로 통칭한다. 반면 한국은 종이에 자연스럽게 먹이나 안료가 스며드는 것을 수묵화라 부르고, 종이에 채색 안료를 입하는 것을 채색화라고 하며 이를 통칭해 수묵채색화라고 한다. 배 학예사는 “현재 한국화단에서 동양화, 한국화, 수묵화, 문인화, 채색화, 민화 등 용어 사용의 문제 때문에 생기는 혼란을 중국의 사례를 통해 정리해볼 수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전시는 16일까지. 관람료 4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별도). 내년 6월 중국 베이징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다.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 전시장 전경. /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