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화제의 유물
1400년 거스른 백제 미소년, 천년 미소 빛내며 서있었다
주해
2022. 11. 15. 10:02
1400년 거스른 백제 미소년, 천년 미소 빛내며 서있었다
[한겨레] 미소년의 얼굴 그대로였다. 태어난 지 1400년을 훨씬 넘긴 불상은 세월에 푸른 녹이 금빛 몸체 곳곳에 스며들어 퍼졌지만, 콧날과 눈과 입의 유연한 선이 빚어낸 미소는 여전히 싱그러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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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 거스른 백제 미소년, 천년 미소 빛내며 서있었다
'백제관음보살입상' 일본 소장자 <한겨레> 에 공개
90년만에 찾은 백제 예술 최고 걸작
일본 소장자 '한겨레'에 최초 공개
높이 28㎠..정교한 세공이 살린 미소
굽힌 다리·튼 허리 '삼곡자세' 육감적
불상장식 '영락' 양쪽 훼손 안타까워
정부 실사단 파견..'100% 진품' 판정
소장자와 협상 "9월 이전 환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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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일본 도쿄에서 언론사로는 처음 <한겨레>에 공개된 일본 소장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의 전체 모습. 미소년을 방불케하는 불상 얼굴의 당당하고도 인자한 미소와 절묘한 삼곡의 자세 등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미소년의 얼굴 그대로였다. 태어난 지 1400년을 훨씬 넘긴 불상은 세월에 푸른 녹이 금빛 몸체 곳곳에 스며들어 퍼졌지만, 콧날과 눈과 입의 유연한 선이 빚어낸 미소는 여전히 싱그러웠다. 보병을 들고서 허리를 튼, 야무지게 굴곡 잡힌 자태 또한 흐트러짐 없이 맑은 기운을 뿜어내었다.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았다는 화이불치(華而不侈)의 미덕을 지닌 백제 예술의 최고 절정을 보여주는 불상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해 연말 국내 미술사학자들이 일본에서 90여년만에 소재를 확인하고 진품임을 확인한 한국 불교 조각사 최고의 걸작인 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이 다시 세인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일제강점기 조선에 살던 컬렉터 이치다 지로로부터 불상을 넘겨받았던 현재 일본 소장자가 이달초 일본 도쿄 현지에서 국내외 언론사 중에서 최초로 <한겨레>에 금동관음상을 공개했다. 소장자가 실견 장소로 알려준 곳은 도쿄 번화가 유라쿠초 부근의 한 고급호텔 객실. 안에서 기다리던 소장자 쪽 실무자가 기자가 들어서자 나무상자에 든 28cm의 관음상을 조심스럽게 꺼내 옆 탁자에 세우고 보여주었다. 우선 눈에 띈 건 가장 아름다운 백제의 미소를 짓고 있다는 백제관음상의 얼굴 표정과 머리 위에 달린 세개의 보관이었다. 그 가운데 보관에 작은 부처님(화불)이 앉아있다. 관음상임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징표다.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상반신을 차례차례 훑어보았다. 소장자 쪽은 아울러 최근 찍은 불상의 동영상도 한겨레에 내보였다.
실견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수많은 표면의 녹투성이 더께 속에서도 변함없이 남은 소년 같은 미소의 생생함과 다리를 굽히고 허리를 튼 삼곡(三曲)자세의 육감적인 분위기였다. 극히 정교한 세공으로 얼굴 세부 요소들을 미세하게 깎아 만든 이 불상의 미소짓는 표정은 실제로 보니 인자한 인상과 더불어, 젊은이의 건강하고 싱싱한 생기가 자연스러운 조형 속에 함께 깃들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과거 공개된 사진으로는 여인 같은 인상을 주었지만, 실제로는 가까이 보면 볼수록 소년이나 청년 같은 인상을 받게 되는 건 미소의 싱그러움과 당당한 몸매의 짜임새가 함께 어우러져 눈에 들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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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의 얼굴 부분을 확대한 모습. 곳곳이 푸른 녹으로 뒤덮였지만, 가장 아름다운 백제의 미소로 일컬어지는 불상의 자비로운 표정은 1000년 넘게 변함이 없었다.
불상의 옆 모습. 천의를 걸치고 보병을 든 불상이 허리를 틀고 오른 다리를 약간 들어올린 ‘삼곡의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상의 뒤태다. 허리를 살짝 튼 모습이 육감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