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한국 미술사
50억에 시작해 50초 만에 끝났다… '겸재 화첩'의 굴욕..
주해
2022. 11. 29. 10:38
고미술 최고가 기대했던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 경매서 유찰, 왜?
"겸재 정선의 작품, 50억 확인합니다."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50억 여쭙고 있습니다. 50억, 50억, 50억원." 15일 오후 서울 신사동 케이옥션 경매장. 세 차례 호가에도 반응이 없자 경매사가 "땅!" 하고 망치를 내리쳤다. "유찰입니다!"
보물 제1796호 겸재 정선(1676~1759)의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이 케이옥션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 화첩은 이날 경매의 마지막에 등장했다. 경매사는 "50억원으로 시작해 5000만원씩 호가한다"고 알렸으나, 현장에서도, 전화와 서면으로도 응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경매는 단 50초 만에 끝났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내놨다"
당초 케이옥션이 밝힌 추정가는 50억~70억원. 낙찰되면 국내 고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最高價)를 경신하게 돼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기존 고미술품 최고 낙찰가는 2015년 조선 후기 불화 '청량산괘불탱'(보물 제1210호)이 세운 35억2000만원이다.
이번에 나온 겸재 화첩엔 금강산과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과 중국 송나라 유학자들을 소재로 그린 고사인물화 8점 등 총 16점이 수록됐다. 케이옥션은 "겸재의 '해악전신첩'(보물 제1949호)에는 없는 비로봉, 혈망봉, 구룡연, 옹천, 해금강이 추가돼 있어 진경산수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금강산 진경산수화와 송대 유학자의 고사인물화라는 서로 다른 주제를 균형 있게 한 화첩에 모은 드문 예라는 점을 인정받아 2013년 2월 보물로 지정됐다.
15일 케이옥션 경매장에 출품된 보물 제1796호 겸재 정선의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 시작가 50억원에 나왔으나 응찰자가 없어 50초 만에 유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