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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미술/전시 . 탐방 . 아트페어

먹으로 윤곽선 그린 유일한 고려불화… 700년 만에 돌아왔다 .....日에 있던 14세기 수월관음도 ..... 물결 위에 앉아 결가부좌한 관음보살고려불화 ..... 역사 바꿔 써야 할 작품 ..... 내일 가나아트센터 특별전서 공개

by 주해 2025. 4. 29.

[단독] 먹으로 윤곽선 그린 유일한 고려불화… 700년 만에 돌아왔다

 

[단독] 먹으로 윤곽선 그린 유일한 고려불화… 700년 만에 돌아왔다

단독 먹으로 윤곽선 그린 유일한 고려불화 700년 만에 돌아왔다 日에 있던 14세기 수월관음도 물결 위에 앉아 결가부좌한 관음보살 고려불화 역사 바꿔 써야 할 작품 내일 가나아트센터 특별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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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14세기 전반 '수월관음도'. 먹으로 윤곽선을 그리고 내부도 먹으로 채운 유일한 고려불화다. 일반적인 수월관음도 도상과 달리, 물 위에 뜬 둥근 원 안에서 명상에 잠긴 듯한 관음보살을 묘사했다. 비단에 수묵, 금니. 99×55cm. /가나아트

지금껏 공개된 적 없는 최상급 고려불화 두 점이 고국에 돌아왔다.

먹으로 윤곽선을 그린 유일한 수묵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와 관음보살·지장보살이 나란히 서 있는 ‘관음·지장보살 병립도(竝立圖)’다. 국내 개인 컬렉터가 수년 전 일본인 소장가에게서 두 점을 구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두 작품 모두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30일 개막하는 특별전 ‘불이(不二)- 깨달음과 아름다움’에서 700년 만에 공개된다.

◇수묵화 같은 유일한 수월관음도

적갈색 비단 바탕 위에 수묵선묘(水墨線描)의 조화가 아름답게 펼쳐지는 ‘수월관음도’는 고려불화의 역사를 바꿔 써야 할 희귀한 작품이다. 화려한 원색으로 채색한 일반적인 고려불화와 달리, 윤곽과 옷 주름을 먹선만으로 그리고 내부도 먹으로 칠했다. 구성도 독특하다. 기존에 알려진 ‘수월관음도’는 달빛 아래 관음보살이 물가에 반가좌(半跏坐)로 앉아 있고, 화면 아래쪽에 배치된 선재동자를 내려다보는 구도다. 반면 이번 작품은 관음보살이 꽃가지 위에 앉아 있고, 두 손은 앞으로 모으고 두 다리는 결가부좌한 것으로 추정된다. 머리에는 가운데 화불(化佛)을 얹은 보관을 썼고, 보관에서부터 온몸을 감싼 옷자락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관음보살의 왼쪽 무릎 옆에는 투명한 용기가 있고 그 위에 버드나무로 보이는 나뭇가지가 놓였다. 작품 크기는 세로 99cm, 가로 55cm.

'수월관음도' 상반신을 확대한 부분. /가나아트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은 “일본 교토의 유명한 골동상이자 컬렉터인 야나기 다카시가 소장했던 작품”이라며 “오랫동안 설득한 끝에 수년 전 국내로 들여왔다”고 했다. 고려불화 연구자인 정우택 동국대 명예교수는 “수월관음도의 범위를 확장시킨 혁신적인 작품”이라며 “화려한 채색불화가 아니라 수묵으로 관음 전체를 표현한 유일한 고려불화다. 의복 문양에 금니(金泥)를 사용했고 보관에 약간의 채색을 했을 뿐 그 외는 모두 먹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정 교수는 “도상은 희귀하지만 얼굴 표현, 문양, 보관, 목걸이 등 화면 구성 요소나 표현은 고려불화의 기본적인 묘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며 “놀라울 만큼 당초 형상이 잘 남아있고 보관 상태도 좋다”고 극찬했다.

'수월관음도' 아랫부분 세부 모습. 옷주름선에도 굵은 먹선을 사용했고, 관음보살 아래 흐르는 물결도 모두 먹선이다. /가나아트

마치 물 위에 뜬 둥근 원 안에서 명상에 잠긴 듯한 관음보살을 묘사한 수작이다. 옷 주름선에도 비교적 굵은 먹선을 사용했고, 관음보살 아래 흐르는 물결도 모두 먹선이다. 정 교수는 “관음보살의 자세는 선종(禪宗) 불화, 특히 달마대사 도상과 유사하고, 채색을 절제하고 수묵 선묘를 적극 활용한 것도 선종계 도상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했다. 얼굴 묘사 양식과 목걸이, 옷에 그려진 연화당초무늬 등을 종합해 볼 때, 14세기 전반 작품으로 추정된다.

고려 14세기 후반 '관음·지장보살 병립도'. 비단에 채색. 44.2×75.2cm.

◇오른쪽엔 관음, 왼쪽엔 지장보살 나란히

또 다른 고려불화인 ‘관음·지장보살 병립도’도 주목된다. 오른쪽엔 관음보살, 왼쪽엔 지장보살이 나란히 서 있는 구도다.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이 병립하는 형식은 중국·일본 불화에서는 없고, 고려와 조선 초기 불화에만 등장하는 독자적 양식이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관음·지장보살 병립도’는 총 세 점뿐이며, 나머지 두 점은 일본에 있다. 2008년 정우택 교수가 일본 내 고려불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존재가 처음 확인됐고, 수년 전 국내로 돌아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일반적으로 고려불화의 관음보살은 반투명한 천의(天衣)를 걸치고 있지만, 이 작품의 관음보살은 연화당초무늬를 수놓은 백색 천의를 머리부터 늘어뜨려 온 몸을 덮고 있다. 정우택 교수는 “이러한 백의관음(白衣觀音) 도상은 지금까지 1476년 제작된 전남 강진 무위사 극락전의 ‘백의관음도’가 가장 이른 예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 작품으로 그보다 이른 시기에 이미 같은 도상이 존재했다는 게 밝혀졌다”고 했다. 가나아트센터 전시는 6월 29일까지. 관람료 성인 3000원.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달빛 아래 물가 바위에 반가좌(半跏坐)로 앉은 관음보살이 진리를 찾는 공양자들에게 불법(佛法)을 일깨우는 모습을 그린 그림. 동아시아 예술사에서 독보적 가치를 인정받는 고려불화 중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현존 고려불화 170여 점 중 수월관음도는 50여 점. 대다수가 일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