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1원에 판 참기름병이 국보?…알고 보니 기와집 15채 값
1997년 국보로 지정된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1920년대 한 할머니가 나물을 캐다가 발견
국보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 /연합뉴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이 국보·보물로 지정된 주요 문화유산 13건의 조사 소회와 뒷이야기를 담은 ‘유물과 마주하다-내가 만난 국보·보물’을 발간했다.
13일 공개된 해당 책자에는 1원짜리 참기름병이 국보가 된 사연, 6‧25 전쟁 당시 목숨을 건 피난길에서 어두운 밤을 이용해 커다란 영정함 두 개를 실은 수레를 끌며 끝까지 지켜낸 후손의 노력, 불교미술 전공자가 사찰 문화유산의 정기조사를 맡으면서 느끼는 ‘덕업일치’의 기쁨, 딸이나 아들‧처가나 외가를 구분하지 않고 나눈 재산 상속과 분배 문서인 ‘분재기’를 통해본 사회상의 소회 등 연구자들의 재미있는 현장 이야기가 담겼다.
책에 따르면 1997년 국보로 지정된 ‘백자 청화철채동채초충문 병’은 1920년대 경기도 팔당 인근에 살던 한 할머니가 나물을 캐다가 발견한 것이다. 할머니는 직접 짠 참기름을 해당 병에 담아 상인에게 1원에 팔았다.
당시 경성(현 서울)에 살던 일본인 골동품상은 부인이 산 병이 조선백자임을 알아보고 다른 골동품상에게 이를 60원에 팔았다.
이후 여러 수집가를 거친 해당 병은 1936년 열린 경매에서 당시 돈으로 1만4580원에 팔렸다. 당시 기와집 15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조선백자로서는 역대 최고가였던 참기름병을 손에 넣은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보화각(현 간송미술관)을 세운 간송 전형필(1906∼1962)이었다.
한편 문화재청은 2006년부터 법으로 정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의 보존 상태와 보관 환경에 대한 정기조사를 수행하고 있는데, 2017년부터는 국립문화재연구원 미술문화재연구실의 연구자들이 국보‧보물로 지정된 미술‧기록 유산에 대한 정기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이번 책자를 통해 문화유산의 국보‧보물 지정 이후 관리 과정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미술·기록 문화유산이 안전하게 전승되어 국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현장 조사와 심층 연구를 병행해 다양한 주제와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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