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찌르고, 상처에 정자 쏟아낸다”...치명적 사랑하는 ‘이 동물’[생색(生色)]
지구상 생명체 모두가 자신만의 사랑법을 지니고 있지만, 이 커플은 선을 나가도 너무 나갔습니다. 가학적 성애의 끝판왕이어서입니다. 날카로운 흉기로 연인의 배를 찌르고, 거기에 정자를 뿌리는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납니다. 고어물 영화로 만들기에는 손색이 없는 주제지만, 이건 엄연히 현실 속의 일이기에 끔찍함이 배가 되지요.
‘카이사르의 암살’. 빈센조 카무리니의 1804년 작품. 날카로운 칼은 상대방을 살해하는데만 쓰이는건 아니다.© 제공: 매일경제
심장이 약해 ‘뒤로가기’를 누르고자 하신다면, 잠시만 멈춰주시길. 이 치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이들이 우리 인간의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변태적 교미의 주인공은 우리나라를 들썩이게 만드는 ‘빈대’입니다. 영어로 ‘베드버그’라고 불리는 빈대는 침대에서 다량 번식해 인간을 괴롭히지요.
이들이 괴롭히는 건 인간만이 아니었습니다. 수컷이 가하는 만행으로 암컷 역시 고달픈 건 마찬가지입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가장 유별난 빈대의 사랑법을 살펴봅니다.
빈대, 피만 잘 빠는 줄 알았더니...
빈대는 불청객 중의 불청객입니다. 5~6mm의 작은 크기로 잠들어 있는 인간에게 다가와 피를 뽑아먹고 도망가버리기 때문이지요. 이들의 악명은 단지 ‘흡혈’ 버릇에서만 비롯된 건 아닙니다. 그들의 교미 방식 또한 엽기적이지요.
여기 빈대 커플이 있습니다. 두 녀석은 서로가 맘에 드는 눈치입니다. 이내 곧 교미가 일어나 태세지요. 수컷이 먼저 움직이더니 자신의 ‘성기’를 꺼내 듭니다. 근데 어째서인지 그 모습이 조금 이상합니다. 성기가 무척이나 날카로웠기 때문입니다. 과장 조금 보태면 칼을 보는 같은 모양새였지요.
피부 위의 빈대.© 제공: 매일경제
흥분한 수컷 녀석이 암컷에게 달려듭니다. 그리고 복부에 자기 성기를 들이댔지요. 암컷은 놀란 눈치입니다. 원래 생식기를 우회해 엉뚱한 부위에 성기를 들이댔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이내 배에서 피가 흐릅니다. 상처 부위에 수컷 빈대가 사정을 해버립니다. 정자는 암컷의 혈액을 타고 저장소로 들어가 난소로 가서 난자를 만나 수정됩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유별난 짝짓기임에는 틀림없지요.
빈대의 사랑은 위험하기 그지없습니다. 특히 상처가 난 암컷은 더욱 그렇지요. 상처가 나서 출혈이 있을 수 있고, 이로 인한 감염의 우려도 큽니다. 신체에서는 이를 치료하기 위한 면역체계가 작동해야 하지요. 그만큼 소모되는 에너지도 크다는 의미입니다. 영국 셰필드 대학교 연구진이 빈대 커플을 자주 교미시킨 결과 암컷의 사망률은 평소보다 25%나 상승했습니다. 그만큼 이들의 교미가 치명적이라는 의미지요.
암컷의 배를 뚫으려고 하는 수컷 빈대.© 제공: 매일경제
가학적 성애...빈대 뿐이 아니었네
이같은 사랑법을 학계에서는 트라우마틱 인세미네이션(Traumatic Insemination·외상성 수정)이라고 부릅니다. 빈대들만이 하는 사랑법도 아닙니다. 약 2만 5000에 달하는 종이 치명적 사랑을 나눕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달팽이, 초파리, 거미, 풍뎅이 사이에서도 목격되지요.
이디오타 풍뎅이. Boris Loboda© 제공: 매일경제
사소해 보여도, 모든 진화에는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일부 생물학자들은 ‘교미 플러그’를 우회하기 위한 곤충들의 번식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일부 동물 수컷들은 짝짓기를 한 뒤 암컷의 질에 찐득한 물질을 남깁니다. ‘메이팅 플러그’입니다. 마치 마개처럼 다른 수컷의 출입을 원천봉쇄하는 것이지요. 우리 역사 속에 ‘정조대’처럼 말입니다. 암컷의 닫힌 생식기를 우회해 번식하기 위해 외상성 수정을 찾냈다는 결론입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곤충학의 석학인 길버트 발트바우어 교수도 비슷한 설명을 내놓습니다. 들어보시지요.
자기 자손을 더 많이 남기려는 수컷들의 번식 경쟁이 치명적 사랑을 낳았다는 해석입니다.
외상성 수정을 하는 동물들은 날카로운 형태의 성기를 지니고 있다. 이를 학계에서는 Aedeagus라고 부른다. 사진은 수컷 이디오타 풍뎅이의 생식기.© 제공: 매일경제
가학성애에 동성애까지
암컷 역시 ‘가학적 성애’에 수긍한 듯 보입니다. 그들의 복부에는 특수생식기관이 자리합니다. 외상적 수정에 따른 치명적 영향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한 진화적인 전략으로 보입니다. 원래 생식에 활용되던 생식기는 이제 수정란을 낳는 데만 사용됩니다. 수컷의 번식 경쟁이 암컷의 신체까지 바꿔버린 것이지요.
1870년대 미국 빈대 퇴치제 광고.© 제공: 매일경제
빈대들의 더 놀라운 점은 ‘동성애’도 거침없이 즐긴다는 사실입니다. 수컷끼리 서로에게 상처를 내 정액을 뿌리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한 연구자는 동성애를 즐기는 수컷 빈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동성애자인 수컷 빈대가 어느 날 암컷 빈대와 교미를 하게 됩니다. 직후 교미한 암컷의 몸을 확인해 봅니다. 그녀의 몸에선 두 남자의 정자가 함께 검출됩니다. 침대를 지배하는 ‘베드버그’(빈대)의 위상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요. 이번 주말, 당신의 침대를 가학 성애자들로부터 안전하게 지키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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