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발쇼 英 테이트 관장 인터뷰]
120년 역사 테이트의 첫 女관장
1일 서울 을지로의 한 호텔에서 만난 영국 테이트미술관 총괄 관장 마리아 발쇼. 예술경영지원센터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서울의 역동성에 매번 놀란다"며 "출국하는 월요일까지 곳곳을 둘러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시장보다 작가의 작업실이 먼저 커져야 한다.”
영국 테이트 미술관을 총괄하는 마리아 발쇼(52)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한국 미술 시장을 향해 이렇게 조언했다. “10년 전부터 서울은 동아시아 예술 허브였다. 15년간 서울만 다섯 번 방문했는데, 변화의 속도는 놀라울 지경이었다. 한국인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호기심과 갈증이 크다. 다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너비다. 폭이 넓어야 오래갈 수 있다.” 마리아는 1일 예술경영지원센터 초청 강연을 위해 하루 전 방한했다.
테이트 역시 서울을 주목하고 있다. 2019년 백남준 회고전에 이어, 현재도 한국 작가의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오래 전 맨체스터에서 본 설치미술가 최우람과 이불의 조각을 특히 좋아하고 문경원·전준호 듀오의 2018년 전시도 기억에 남는다”며 재능 있는 한국 작가를 다수 언급했다. 그는 올해 ‘프리즈 서울’이 “국제적 관심이라는 자극제”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유명 갤러리가 서울로 집결하고 있지만 그게 전부여선 안 된다. 새 작가가 지속 발굴돼야 건강한 시장이다. 판이 커질수록 그런 동력이 증가할 것이다.”
마리아는 120년 테이트 역사상 최초의 여성 관장이다. “그것은 역사일 뿐”이라며 “내가 그 역사를 바꾸게 돼 기쁠 따름”이라고 말했다. 테이트 모던·테이트 브리튼·테이트 리버풀·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4개 분관을 거느리는 그의 주요 역할은 ‘회계’다. “세금으로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기에 예산 사용 내역을 직접 총리에게 보고한다”고 했다. 그러나 운영 예산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수준. 나머지는 자체 충당한다. “관장은 이른바 ‘비즈니스맨’이라 할 수 있다.” 테이트는 현대자동차와도 장기 후원 계약을 맺어 전시·연구 자금을 확보했다.
미술관의 경쟁력은 소장품과 전시의 질에서 나온다. 돈과 직결된 문제다. 마리아는 쓰고 있던 마스크를 가리키며 “우리 미술관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레스토랑과 카페 및 아트숍, 전시 수출 등으로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 일환으로 미술관은 이따금 결혼식장으로 변모한다. “코로나 시기 텅 빈 런던의 테이트 모던 터바인홀을 예식장으로 활용했다. 얼마 전에도 결혼식이 열렸고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미술관이 살아남는 방법은 대중과 밀접하게 생활로 연결되는 것이다.”
한정된 예산을 극복하는 방안이 바로 기부다. 미술품 기증시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통해 100여 년 전부터 명작을 컬렉션으로 확보하고 있다. ‘미술품 물납제’는 내년 국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마리아는 “몇 달 전 개인에게 루이스 부르주아 조각 등 190점을 기증받았다”며 “독립 큐레이터 및 미술사학자 등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기증품 수준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윤리성 강화도 당면 과제. “사람들은 BBC에 바라는 도덕성을 테이트에도 기대한다”며 “서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여성 유색 인종 등의 다양성을 포괄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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