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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협회장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 신분제가 있다”....곽지연 협회장 인터뷰

by 주해 2023. 5. 4.

간호조무사협회장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 신분제가 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 신분제가 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 신분제가 있다 곽지연 간호조무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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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면허 박탈법 강행 처리 더불어민주당 퇴출을 위한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규탄대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간호법 저지를 위해 9일째 단식 농성 중인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이 환자 이송용 침대에 누워 울먹이고 있다./뉴시스

간호법 제정으로 의사와 간호사가 충돌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간호사의 ‘단독 개업’ 가능성을 의심한다. 그런데 간호사와 업무가 유사해 보이는 간호조무사들이 의사들과 함께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3일 의협은 진료 시간을 단축했고,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는 회원 약 1만명이 연가를 쓰는 방식으로 부분 파업을 했다. 간호조무사들은 왜 간호법에 반대하는 걸까. 이날 간호법 저지를 위해 9일째 단식 농성 중인 곽지연 간무협 회장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만났다.

◇간호사·간호조무사 ‘감정의 골’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업무가 유사한데 서로 가깝지 않은가.

“현장에서 간호사들은 간무사들을 무시하고 차별해 왔다. 우리는 간호계에 신분제인 ‘카스트 제도’가 있다고 말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간호사들이 있는 간호스테이션에 간무사는 오지 못하게 한다. 또 간호사 휴게실은 있지만 간무사 휴게실은 없다. 일부 병원은 간호부에서 간무사 자격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병원에서는 간무사가 직함이 적힌 명찰을 달지도 못한다.”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간호협회는 간무협과 충분한 대화를 했다고 하는데.

“간무사도 간호법 당사자에 해당하는데, 간호협회는 간무사와 할 이야기가 없다고 하는 식으로 나왔다.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우리의 요구 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공문을 수차례 보내고 사적으로도 몇 번 연락했지만 의미 있는 논의나 협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기존 의료법에 문제가 있다고 간무협이 계속 제기했던 조항들이 그대로 간호법으로 옮겨 온 것이다.”

-간무협이 문제라고 하는 대표적 조항은 무엇인가.

“간무사 응시 자격을 ‘간호 관련 고졸’과 ‘고졸 중 학원 등 수료자’로 묶어 놓은 것이다. 우리는 이를 ‘고교 이상 졸업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간호법 제정 이전부터 요구해 왔다. 왜 간무사 자격만 ‘고졸’로 제한돼야 하나.”

-대졸자는 응시할 수 없나.

“대졸자라도 민간 학원 등에서 따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전문대 보건의료학과 학생들이 듣는 수업 내용 대부분이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과 비슷한데도 간무사 시험을 치려고 방학 등에 학원을 또 다니고 있다. 간호 관련 특성화고는 지금처럼 그대로 두고 전문대에서 교육받은 보건의료 학생들이 (간무사) 시험을 바로 못 보는 상황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간호협회는 고졸도 충분하다고 하는데.

“간호사가 간무사 위에 군림하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망언이다. 간호협회가 간무사라는 직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발언이다.”

-간호대에 가는 건 어떤가.

“우리는 간호사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간무사로서 국민에게 더 높은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간무사가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간호사와 간무사 간 ‘감정의 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간무사들은 ‘전문대 이상’을 나온 간호사들이 자신들을 ‘고졸’로 묶어두고 의료 현장에서 위계를 잡으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간호사가 간무사 일자리 위협”

-간무사가 담당하는 업무는 무엇인가.

“간호법과 기존 의료법은 간무사 업무를 ‘간호사 보조’로 규정한다. ‘의원급 의료 기관’에 한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지도 아래 간호와 진료 보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동네 의원 대부분이 간호사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간무사를 고용하고 있다. 특히 요양원과 주·야간 보호 센터, 장애인 복지시설 등 요양 기관에서 근무하는 간무사가 많다. 의료 현장에서 활동 중인 간호사는 21만6000여 명, 간무사는 25만6000여 명이다. 간무사 면허 소지자는 85만명에 달한다.

-일자리가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는데.

“기존 의료법과 달리 간호법에는 ‘지역사회’ 조항이 들어가 있다. 지금은 간무사들이 간호사 없이도 의사 지도 아래 근무할 수 있는데, 앞으로 요양원처럼 ‘지역 시설’ 성격이 강한 기관들이 간호법 적용을 받게 되면 간호사 없이 간무사를 채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영세한 시설들에 필요한 간호 인력 한 자리를 간호사들이 다 가져가게 된다. 어르신을 돌보고 있는 장기 요양 시설에서 일하는 간무사 1만5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것이다.

-간호사 영역이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없나.

“간무사를 뽑는 이유 중 하나가 저렴한 인건비라고 한다. 간호사가 있어야 간무사를 추가로 뽑을 수 있다면 누가 간무사를 쓰겠나. 설령 일자리가 조금 더 생기더라도 기존 일자리를 잃는 간무사들이 더 많을 것이다. 또 간무사 혼자 근무하던 시설에 간호사가 추가로 들어온다면 간무사 근무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