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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전시 . 탐방 . 아트페어

거장들 거쳐간 곳… 최연소 한국 작가가 차지했다 .... 英 런던 테이트 모던 터바인홀서한국인 최초로 전시 여는 이미래

by 주해 2024. 10. 11.

거장들 거쳐간 곳… 최연소 한국 작가가 차지했다

 

거장들 거쳐간 곳… 최연소 한국 작가가 차지했다

거장들 거쳐간 곳 최연소 한국 작가가 차지했다 英 런던 테이트 모던 터바인홀서 한국인 최초로 전시 여는 이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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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테이트 모던 터바인홀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이미래 개인전이 개막했다. 인간의 살갗을 닮은 직물 조각이 공중에 매달리고, 길이 7m 터빈이 천천히 회전하며 분홍빛 액체를 떨어뜨린다. 이미래가 창조한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공장이다. /허윤희 기자

이것은 거대한 아우성. 인간의 살갗을 닮은 연분홍 천 조각이 공중에서 나풀거리고, 대형 터빈이 천장에 매달려 천천히 회전한다. 철컹, 기계 돌아가는 소리, 후드득 액체 떨어지는 소리가 높이 35m, 바닥 면적 3300㎡(약 1000평) 공간에 울려 퍼졌다. 8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터바인홀. ‘현대미술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초대형 전시장이, 산업화 시대의 생산 공장과 미래 사회 SF가 뒤섞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주인공은 36세 한국 작가 이미래. 세계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 ‘현대 커미션: 이미래: 열린 상처(Open Wound)’가 5개월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터바인홀에서 개인전을 여는 첫 한국 작가이자, 역대 최연소 작가다. 루이스 부르주아, 올라푸르 엘리아손, 애니시 커푸어, 아이웨이웨이 등 내로라하는 현대미술 거장들이 이 공간을 거쳐갔다. 현대자동차 지원으로 테이트 모던이 매년 한 명씩 작가를 뽑아 대형 신작을 선보이는 이 프로젝트에 2021년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가 선정된 바 있지만 한국인 작가로는 처음이다. 앞선 거장들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정말 많이 받은 질문인데 사람들이 제가 무서워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는 신이 났다”며 웃었다.

런던 테이트모던 터바인홀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개인전 여는 이미래. /Christian Werner

작품은 아름다움과 기괴함이 공존한다. 작가가 ‘피부’라 부르는 직물 조각들이 54개의 쇠사슬에 매달려 홀을 가득 채우고, 7m 길이의 터빈이 내장 같은 촉수를 늘어뜨린 채 분홍빛 액체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25초마다 철컹 소리를 내며 방향을 바꾸는 터빈의 기계음, 후드득 떨어지는 액체 소리가 시원하게 귀에 감긴다. 눈과 귀가 동시에 열리는 경험이다. 이미래는 과거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탄생한 미술관의 역사에 주목했다. 터바인 홀 구석에 남아 있었지만 어느 작가도 사용하지 않았던 크레인을 끌어와 재가동했고, 터빈을 특수 제작해 산업혁명기 공장을 불러냈다. “과거의 산업 현장, 인간의 꿈과 욕망을 재가동해 전시장이 노동의 장소였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욕망을 가진 인간들이 산업을 이루고 시스템 안에서 개인이 소외되는 역사를 오마주한 것이다.” (이단지 티나킴 갤러리 디렉터)

천장에 매달려 천천히 돌아가는 터빈은 25초마다 철컹 소리를 내며 방향을 바꾼다. 이번 전시의 심장과도 같은 설치물이다. /테이트 모던

작가가 '피부'라고 부르는 천 조각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모습. /테이트 모던 ©Tate (Oliver Cowling with Lucy Green)

천장에 매달린 ‘피부’ 조각들은 과거 석탄 광부들이 갱도에 들어가기 전 도르래를 이용해 천장에 작업복을 매달아 보관하던 탈의실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동안 무대 뒤에 가려져 있던 작품의 제작 과정도 전면에 내보인다. 전시 기간 내내 심장 역할을 하는 터빈이 계속 돌면서 액체 염료를 흘려 보내고, 천 조각들은 액체를 흡수한 뒤 건조를 거쳐 새로운 피부 조각으로 탄생해 공중에 매달린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천이 추가되면서 현재 100개가 걸린 피부 조각이 전시가 끝날 무렵엔 15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런던 테이트 모던 터빈홀 입구에서 바라본 전시 전경. /현대자동차

런던 테이트 모던 터빈홀에서 개막한 이미래 개인전 전시 전경. /현대자동차

전시 제목 ‘열린 상처’에 대해 작가는 “산업주의 자체가 일종의 흉터다. 작가는 예술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지만, 실은 바꿀 수 없다는 예술가의 상처에서 출발했다”면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 아니라, 상처는 열린 채로 닫히지 않는다는 데 방점을 뒀다”고 했다. “제게는 아름답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는 경험과 연관되어 있다. 감동한다는 건 심장이 움직인다는 것 아닌가. 역경이나 비극을 함께 겪고, 상처와 함께 살면서 잊지 않는 것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카린 힌즈보 테이트 모던 관장은 “터바인 홀은 매년 수백만 명 관람객이 들어서며 만나는 첫 공간이다. 전복적이며 여러 감각을 확장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이미래 작가는 올해 전시에 완벽한 선택”이라고 했고, 알빈 리 큐레이터는 “이미래의 신작은 인간과 기계, 부드러움과 단단함, 내부와 외부, 개인과 집단의 대조와 경계를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고 했다. 내년 3월 16일까지. 무료.

 

8일(현지시각)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큐레이터와 대담하는 이미래 작가(가운데). /허윤희 기자

☞이미래(36)

1988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와 미디어아트를 전공했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세계를 무대로 작업한다. 기계 장치를 활용해 유기체나 생물처럼 작동하는 조각과 설치로 이름을 알렸다. 2022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했고, 지난해 미국 뉴욕의 뉴뮤지엄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36세에 한국 최초로 테이트모던 터바인홀에서 개인전을 개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