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最大) 박물관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지난달 228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관장을 임명했어요. 미술학자이자 오르세 미술관 관장인 로랑스 데 카르(55)가 오는 9월부터 루브르 박물관을 책임집니다. 그는 “사회 주요 이슈를 반영해 전시를 기획하겠다” “젊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겠다”는 포부를 밝혔어요.
루브르 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 앞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이 떠올라요. 모나리자를 포함해 총 48만점을 소장하고 있고 이 중 3만5000점을 전시하고 있어요. 전시된 작품만 1분에 1개씩 본다 해도 다 보려면 24일이 걸릴 정도입니다. 루브르는 방대한 작품들로 유명하지만, 박물관 건물 자체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해요. 중세 파리를 지키는 요새에서 시작해 왕궁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루브르는 지난 800년간 프랑스 역사와 함께 끊임없이 변해왔어요. 루브르 자체가 프랑스 역사라 할 수 있죠.
루브르 박물관 연대기
◇처음엔 파리 지키는 ‘요새’였어요
12세기 프랑스는 왕이 다스리는 지역과 제후들의 영지(領地)로 나뉘어 있었어요. 왕은 파리와 그 주변만 다스렸기 때문에 왕권이 약했죠. 그런데 1180년 즉위한 필리프 2세(1165~1223)가 영토를 확장하고 왕권을 강화했어요. 그는 영토를 방어하려 센 강변을 따라 거대한 요새를 지었어요. 이 요새에는 왕실 문서, 보물 등을 보관하는 장소와 감옥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루브르 지하에는 당시 원형 망루(망을 보려 높이 지은 구조물) 일부가 남아 있답니다.
루브르는 이후 여러 번 재건됐어요. 14세기 샤를 5세(1337~1380)는 이 요새를 왕궁으로 개조했어요. 그때까지 왕궁은 센강 중간 시테섬에 있었는데 적이 다리만 막아도 고립되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한 샤를 5세가 왕궁을 옮겼죠. 그는 ‘현명왕(le Sage)’으로 불릴 정도로 책을 많이 수집하고 궁전 안에 왕실 도서관도 만들었어요. 그가 모은 책은 오늘날 프랑스 국립 도서관의 기반이 됐다고 해요. 이 국립 도서관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직지심체요절’(세계 최고 금속 활자 인쇄 책)도 있답니다.
◇루브르궁… ’살롱 문화'의 기원 됐죠
왕궁이었던 루브르가 크게 변한 건 ‘태양왕’ 루이 14세(1638~1715) 때였어요. 그는 화려한 궁정 생활을 즐겼는데, 17세기 베르사유에 있던 사냥용 별장을 대궁전으로 증축했죠. 유명한 베르사유 궁전이에요. 왕실이 베르사유로 이사하면서 루브르는 비어 버렸어요. 이후 루브르 궁전은 왕실 수집품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장소로 썼어요. 또 왕실 후원을 받는 예술가들이 모여 아틀리에(작업장)를 운영했죠. 이후 프랑스 왕립 회화·조각 아카데미는 루브르 궁전의 ‘살롱 카레’(정방형의 방)에서 미술 전시회를 열었어요. 전시회 이름은 개최 장소 이름을 따서 ‘살롱’이라고 불렀고요. 살롱전은 신인 화가의 등용문 역할도 했대요. 이 ‘살롱 문화’는 궁전에서 귀족층으로 전파되어 귀족과 예술가·문인들의 정기적인 사교 모임을 의미하게 됐습니다.
◇프랑스 혁명으로 박물관으로 변신
루브르 궁전은 ‘프랑스 혁명'(1789~1794)을 거치면서 마침내 박물관이 됩니다. 절대 왕정을 무너뜨린 혁명 정부는 왕실 소유 예술품들을 압수했어요. 1791년 국회는 루브르 박물관이 “모든 과학과 예술의 기념품을 모으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왕실 수집품에다 해외로 망명한 귀족과 교회 소장품을 더해 1793년 루브르 궁전에 중앙 박물관을 개장했어요. 이후 나폴레옹이 집권하면서 나폴레옹 군대가 유럽 대륙을 휩쓸며 스페인·오스트리아·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에서 가져온 전리품(전쟁 때 적에게서 빼앗은 물품)을 추가해 박물관 규모를 키웠어요. 그리고 1803년 자기 이름을 따 ‘나폴레옹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죠. 1815년 나폴레옹이 몰락하면서 예술품 5000여점은 원래 나라로 반환됐지만 이집트 원정에서 가져온 유물들은 지금도 남아 ‘고대 이집트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도 2차 세계대전 때 약탈 위기를 겪었어요. 당시 루브르 직원들이 예술품을 독일 나치군에게서 지키려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같은 중요한 작품들을 포장해 안전한 시골로 옮겼어요. 너무 무거워서 옮기기 힘든 작품들 빼고는 대부분 옮겼다고 합니다. 덕분에 독일이 파리를 점령한 후에도 전시품들을 지킬 수 있었답니다.
◇유리 피라미드는 30년 전 등장
루브르 박물관이 지금 모습이 된 건 1989년이에요. 당시 루브르는 관람객이 늘면서 더 넓은 전시 공간뿐 아니라 카페·레스토랑 등 현대적인 시설이 필요했죠. 이에 1981년 미테랑 대통령이 ‘그랑 루브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으로 개조 정책을 펼쳐 전시 공간은 3만1000 ㎡에서 약 6만㎡로 2배가 됐고, 박물관 중앙에 ‘유리 피라미드’도 세웠어요. 유리 피라미드는 처음엔 르네상스 양식 건축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논란이 됐지만, 지금은 에펠탑과 함께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로 자리 잡았어요.
[베르사유, 나폴레옹 침실 거쳐 간 ‘모나리자’]
루브르 최대 인기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3~1506년 그린 것으로 추정하는 ‘모나리자'예요. 1516년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 요청으로 다빈치가 프랑스로 넘어오면서 모나리자도 같이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나리자는 베르사유 궁전 등에 보관되다 프랑스 혁명 이후 루브르에 자리 잡았어요. 나폴레옹이 잠시 자기 침실에 걸어뒀다가 다시 돌려놓기도 했대요. 모나리자는 1911년 한 이탈리아 청년에게 도난당하기도 했는데 당시 루브르 박물관의 허술한 관리도 화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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