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8 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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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 전경. ②루벤스가 그린‘십자가에서 내림’. ③렘브란트의‘다나에’. /위키피디아, 에르미타주 박물관
미술계에서는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유산으로 남긴 미술품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했는데요. 이렇게 손꼽히는 미술 작품들로 국내에 미술관을 만들면 우리도 세계적인 미술관을 갖춘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개인이 수집한 다양한 미술품으로 박물관을 연 곳이 많아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대표적입니다. 소장품 규모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박물관이에요. 옛 러시아 제국의 여자 황제였던 예카테리나 2세는 미술품에 관심이 많았던 수집가였어요.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그녀의 미술품으로 1764년 12월 7일 개관했는데, 러시아는 이날을 '성 예카테리나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역사에서 그만큼 중요한 존재라는 것이죠.
겨울 궁전에 박물관 만들었어요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처음엔 일반 시민은 갈 수 없는 예카테리나 2세의 전용 미술관이었습니다. 예카테리나 2세는 러시아 제국 황제들의 거처인 겨울 궁전을 박물관으로 썼어요. 미술품이 많아지자 옆으로 길게 건물들을 더 지어 전시장을 확장했어요. 1787년 완공된 신축 건물들은 네바강 둑을 따라 늘어서 있는데, 겨울 궁전과 더불어 모두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속한답니다. 에르미타주라는 이름은 은둔자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에르미타시(eremites)에서 이름을 따왔어요. 왕과 귀족 등 특권 계층만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일반 시민에게 공개된 것은 1852년부터예요.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혀요
예카테리나 2세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예술품은 회화 4000여 점과 드로잉 1만여 점을 비롯해 3만8000여 점의 고서, 1만여 점의 보석공예품, 그리고 1만6000여 점의 기념 메달 등에 이릅니다. 현재 300만 점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영국의 대영 박물관과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기도 해요. 특히 회화 소장품은 최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카테리나 2세는 베를린 출신의 외교관이자 미술품 중개인이었던 요한 에른스트 고츠코프스키와 거래해 회화 작품들을 225점쯤 사들였습니다. 그중엔 1600~1750년 유럽에서 유행한 미술 양식인 바로크 미술의 두 거장인 렘브란트와 루벤스의 작품이 많았습니다. 고츠코프스키는 다른 유럽의 황제를 위해 준비해두었던 그림까지 모두 예카테리나 여제에게 넘겼어요. 당시 어느 나라에도 그녀만큼 그림 수집에 열정적이었던 황제는 없었으니까요.
바로크 거장의 작품이 있어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소장한 수많은 명작 중에서 주요 소장품을 두 점 소개할게요. 먼저 루벤스(Rubens·1577~1640)의 '십자가에서 내림'이라는 작품입니다. 바로크 양식을 확립한 17세기 대표적인 화가 루벤스는 인물 묘사에 뛰어났어요. 그림 속 인물의 피부를 직접 만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표현했죠. 이 그림에서 루벤스는 죽음을 맞이하는 맥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핏기 없이 창백하고 축 처진 사실적인 모습으로 나타냈어요. 그러면서도 장엄하고 고귀한 죽음으로 보이도록 감동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또 하나의 명화는 네덜란드의 거장 화가 렘브란트(Rembrandt·1606~1669)의 '다나에'입니다. 다나에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인데요. 최고의 신 제우스는 다나에에게 반했지만, 다나에가 탑에 갇혀 있어서 접근할 수가 없자 황금 비로 변신해 그녀에게 다가갔어요. 이 장면을 그린 작품이죠. 그림 속에서 다나에는 오른손을 들어 문 쪽에서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알아채고 있어요. 화면에 녹아들 듯 빛을 부드럽게 처리하는 것으로 유명한 렘브란트는 이 그림에서도 최고의 솜씨를 발휘했어요. 렘브란트는 제우스를 황금 비가 아니라 황금빛으로 바꿨어요. 빛을 받은 다나에의 몸을 노랗고 은은하게 표현했지요. 제우스와 다나에의 만남을 성스럽고 영적인 순간으로 해석했습니다.
이 작품은 1985년 난데없는 공격을 받았어요. 한 관람객이 작품에 독한 유황을 뿌리고 칼로 몇 번이나 그어버렸어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죠. 다행히도 몇 년 동안 정교하게 복원 작업을 거쳐 1997년 다시 박물관에 걸리게 됐어요. 하지만 여전히 부서질 위험이 있는 약한 부분이 있어 유리관 안에 넣어둔 상태로만 관람할 수 있습니다.
[바로크 미술]
17~18세기 이탈리아 등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한 미술 양식입니다. 바로크는 '비뚤어진 진주'라는 뜻의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했어요. 단정하고 우아한 양식이 특징이었던 르네상스 미술에 비해 바로크 미술은 불규칙적이고, 과장되게 표현했기 때문이에요.
바로크 미술의 창시자는 17세기 초 이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조입니다. 이후 벨기에의 루벤스, 네덜란드의 렘브란트 등이 바로크 미술을 꽃피웠습니다. 바로크 회화는 격렬한 명암 대비, 실제 눈으로 보는 것처럼 거리감을 드러내는 원근법 등이 특징이에요.
바로크 미술은 건축과 조각에도 영향을 줬는데요. 곡선의 활용, 거대한 양식 등이 바로크 건축물의 특징입니다. 잘 알려진 바로크 조각가인 이탈리아의 잔 로렌초 베르니니는 성 베드로 성당의 내부 장식을 완성했는데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표현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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