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4 11:55:25
시골에 사놓은 땅이 갑자기 ‘토지 수용’… 보상금 이렇게 받으세요
보상금 절차와 활용법 ABC
은퇴를 앞둔 박수용(가명)씨는 퇴직하고 나서 번잡한 서울에서 벗어나 살고 싶어 3년 전 경기도 고양시로 미리 이사했다. 그런데 사놓은 농지와 주택이 3기 신도시로 수용되게 됐다. 토지수용은 특정한 공공 사업을 목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 단체가 강제로 토지 소유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내가 갖고 있는 땅이 강제로 수용되는 대가로 보상금을 받는다.
박씨는 “계획했던 은퇴 이후 삶에 차질이 생기고, 삶의 터전이 강제로 수용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한편 궁금증도 많이 생겼다”며 “정부가 대규모 개발을 한다고 할 때 토지 소유자들이 거부할 수 있는 것인지,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면 보상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보상금 협상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정작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 막막하다”고 했다.
흔히 ‘토지 수용’ 하면 남 일처럼 생각하지만, 은퇴 이후 전원생활을 꿈꾸며 땅을 사놓은 사람들에게는 토지 수용으로 예상 못 한 변화를 겪을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가 가진 자산에서 부동산 비율은 77.5%(2021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 조사)로 다른 자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 인구는 부동산 보유 비율이 82.2%로, 나이가 들수록 부동산 자산의 비중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퇴직 후 귀농을 결심하고 땅을 샀는데 갑자기 그 구역이 정부의 정책 지역에 포함돼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정부에 귀속될 수도 있다. 전원생활을 꿈꾸다가 토지수용이라는 복병(伏兵)을 만나기도 한다. 때로는 은퇴 이후 안락한 삶을 누리는 든든한 기반이 될 수도 있다.
◇미리 공부하는 토지수용 절차
단순히 보상금을 높게 받을 목적이 아니더라도 내 자산을 합리적 수준에서 지키기 위해 미리 그 절차를 알아두고 대비하면 도움이 된다. 내가 갖고 있던 땅이 토지수용 대상이 됐다면, 재산권 행사가 제약된다. 소유주 마음대로 땅을 처분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신 토지 소유자가 입은 손실에 대해 사업 주체가 보상금을 준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들이 직접 보상 금액에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이 정한 보상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실 부문을 최대한 호소해 감정 평가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대개는 토지 소유자가 기대한 가격과 실제 보상금 차이가 커 보상 협의가 쉽지 않다. 사업 진행 속도와 상관없이 사업이 결정된 당시를 기준으로 보상 금액이 결정돼, 이후 토지 시세가 더 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도 보상 금액이 낮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보상 금액 협의가 깨지면 수용 재결을 신청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보상 금액에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다. 이 절차를 거쳐 토지수용위원회가 2차 감정 평가를 한다.
그럼에도 보상 금액이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법원에 보상금 증액을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 이때 전문가 도움을 받아 감정 평가의 허점을 설득력 있게 호소해야 보상금 증액 가능성이 높아진다.
◇토지 보상금 받았다면 자산 계획 다시 세워라
노후에 토지를 갖고 있다가 수용 대상이 되면 소유자들은 전략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필요성이 커진다.
우선 감정 평가 때 토지 내에 보상금을 높일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만약 두 필지 이상이 맞닿았다면 평가 금액을 높일 수 있다. 사업 구역 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면 영업 보상을 받을 수 있고, 토지 안에 도로가 있다면 도로의 역할을 잘 설명해 보상액을 더 높을 수 있다. 주택용 건물은 이주 정착비, 주거 이전비, 이사비 등을 받을 수 있다.
둘째로 할 일은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다. 토지 수용 절차가 간단하지는 않아 훗날 이의 신청이나 행정소송까지 갈 때를 대비해 미리 전략을 세우는 셈이다. 보상금의 종류나 청구 가능한 보상금, 보상 절차 등 단계별로 전문가 상담을 통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토지 보상금을 받았다면 그 돈을 잘 관리해야 한다. 뜻밖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상속이나 증여가 이뤄진다면 훗날 엄청난 세금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 보상 자금 규모가 크다면 관리 경험이 풍부한 FA(Financial Advisor·재무 설계 전문가)를 통해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자산 관리에 필요한 세무, 부동산, 투자, 법무 상담까지 한 번에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의 큰 비율을 차지하는 부동산이 현금화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 배우자 증여세 공제 한도(6억원)만큼 증여하면, 훗날 상속세 재산 가액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남은 금액은 즉시연금에 가입해 노후 생활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
‘가물에 돌 친다’는 속담이 있다. 물이 없는 가뭄에도 도랑을 미리 쳐서 물길을 낸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든 미리미리 준비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내게 귀중한 가치를 가진 보유 부동산 자산을 토지 보상에서 인정받고 안정된 노후를 설계하기 위해선, 미리 토지수용 절차를 알아두고 보상을 전략적으로 받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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