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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근현대 미술

윤형근(尹亨根 : 1928~2007) : Untitled : oil on linen : 96.2☓130.5cm (60) : 1992년

by 주해 2022. 12. 8.

2021-06-01 18:18:05

 

 

 

PROVENANCE

PKM Gallery, SeoulSimon Lee Gallery, London

 

EXHIBITED

Simon Lee Gallery(London), 《Yun Hyong-keun: Burnt Umber and Ultramarine Blue》: 2016.9.6-29.

 

작품설명

“거대한 거목이 산허리에 쓰러져 있었다. 그것은 이미 썩어서 뿌리 부분에서부터 흙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그 썩은 나무의 색은 흙갈색이었으나 흙의 색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비바람에 침식되어 지금쯤은 나무의 흔적이 사라져버린, 이미 흙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자연의 신비, 자연의 섭리가 얼마나 거대한가를 느끼게 한 그때의 광경이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 나의 일(그림)도 그 자연과 같이 소박하고 신선한 세계를 지닐 수 없을까. 그것은 어렵다. 안된다. 가령 그렇게 원한대로 된다 하더라도 자연과 같이 언제 보아도 물리지 않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일 뿐.” - 윤형근(1990), 『윤형근의 茶·靑회화(回畵)』, Achimmedia묵직한 화면 속에 정제된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독창적이고 유일한 작품세계를 추구한 윤형근의 작업은 오랜 시간 세파를 견뎌낸 고목과도 같은 무위자연이 강조된 단순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동반한다. 1960년대 당시 앵포르멜의 영향을 받아 작업했던 파란색 위주의 비교적 밝은 원색의 사용은 점차 사라지고 1976년, 오대산 상원사 근처의 쓰러진 나무뿌리가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포착된 자연의 순행에 어울리는 회화를 실현하기 시작한다. 진한 군청색과 암갈색을 적절히 섞어 흑색에 가까운 청다색을 만들어 내는데 갈색은 대지의 빛깔이고 청색은 하늘의 빛깔로서 작가가 순응하고자 했던 대자연의 섭리를 내포한다. 캔버스는 안료 칠을 하지 않은 날 것을 사용해 테레빈유를 섞은 묽은 물감이 자연스럽게 캔버스에 결을 따라 퍼져가는 은은한 농담의 효과를 얻어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물감에 기름의 비율을 줄여 번짐의 효과를 최소화하여 강인한 대자연의 모습을 단단하고 간결한 색면 처리를 통해 표현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