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종이라는 것은 三身(法身 , 報身 , 魔神)의 전체 이름이다. 고요하기로는 쇠로 된 뫼와 같고, 응하면 하늘의 우뢰와 같다. 아, 크게 구함이여! 三界(俗界, 色界, 無色界)의 여러 미혹한 사람들을 깨우쳐 구제하도다.- 한국역사연구회 편 ‘羅末麗初金石文’ 中섬세한 묘사와 아름다운 문양을 자랑하는 13세기에 제작된 고려시대 범종이다. 범종이란 절에서 쓰는 동종으로서 예부터 시간을 알리는데 쓰였고, 그 깊고 그윽한 종소리를 부처의 진리 깃든 말씀으로 받들어 하늘과 민중을 잇는 돈독한 신앙의 매개체로 사용하기도 했다.이번 출품작은 국내에 남아 있는 고려시대 종 가운데 크기가 매우 큰 편에 속하는것으로 고려 시대 종의 70% 이상이 용통을 포함한 높이가 30cm 내외란 점을 감안할 때 그 귀함이 더해지는 작품이다.전체적으로 부식이 진행되었으나 형태와 문양이 온전하고 용뉴부터 당초문을 두른하대에 이르기까지 각 문양의 크기 및 비례 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세밀하게 묘사된 용 한 마리가 갈기를 날리며 몸을 뒤틀어 앞을 바라보고 있는 용뉴는, 보주를 삼키지 않고 한쪽 발로 받쳐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용뉴 뒤로는 음통이 6개의 보주장식과 두 줄의 뇌문 띠를 두른 채 자리하고, 천판 외연에 솟아오른 입사 화문대는작품 상부의 조형미와 종신의 도식화된 문양들의 경계를 어우르고 있다. 범종의 상대와 하대에 각각 연당초문을 장식하고 4면에 걸쳐 유종이 돋은 유곽을, 각 두 군데씩 엇갈려 비천飛天상과 원권을 두른 당좌撞座를 각해 놓았다.유곽대의 뇌문과 비천상의 법의를 표현해낸 표현력, 단순화 시키면서도 장식적인 면모를 놓치지 않은 연 잎의 당좌 모두 신라의 불교양식을 충실히 계승한 것으로서삼국시대의 세련된 불교미술과 고려의 독보적인 세공 기술의 조화로 이루어낸 걸작이 바로 이 범종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