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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맛집

1km 전진하자 손전화 먹통 10년은 쌓인 듯한 낙엽에 발이 푹푹

by 주해 2022. 12. 25.

2022-08-05 14:44:25

 

[통화권 이탈 오지산행] 1km 전진하자 손전화 먹통 10년은 쌓인 듯한 낙엽에 발이 푹푹 < Season Special < 테마산행 < 기사본문 - 월간산

 

[통화권 이탈 오지산행] 1km 전진하자 손전화 먹통 10년은 쌓인 듯한 낙엽에 발이 푹푹 - 월간산

‘무릎 하나, 엉덩이 셋, 팔꿈치 하나, 카메라 바디 하단, 렌즈 후드 하나…’일몰 직전 간신히 계곡에서 탈출해 숨을 몰아쉬며 피해 상황을 확인한다. 얕잡아 봤던 구라우골은 혹독하게 그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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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구라우골

장노출로 마치 은실처럼 흐르는 구라우골 폭포와 취재진의 모습을 담았다.

‘무릎 하나, 엉덩이 셋, 팔꿈치 하나, 카메라 바디 하단, 렌즈 후드 하나…’

일몰 직전 간신히 계곡에서 탈출해 숨을 몰아쉬며 피해 상황을 확인한다. 얕잡아 봤던 구라우골은 혹독하게 그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다. 소 하나, 폭포 하나 넘을 때마다 진땀을 빼야 했고, 무쇠처럼 시뻘겋게 달궈진 머리를 연신 폭포수에 담금질했다. 잠깐 집중력을 잃으면 고꾸라지기 일쑤였다.

과연 명성대로 오지, 원시 계곡이었다. 길은커녕 사람의 흔적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다채로운 폭포와 소의 향연 속에서 순수한 옥빛의 물은 깊은 소에선 가슴이 섬뜩할 정도로 새까맣다가 또 폭포에선 새하얗게 명멸했다. 지불한 땀과 통증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광경을 구라우골은 그렇게 품고 있었다.

발목 정도까지 차오른 구라우골 하류가 잔잔하게 흐른다.


명승 폭포 미니어처 전시장
구라우골 오지계곡 트레킹 시작점은 구라우교(강원 양양군 현북면 법수치리 산 76-29)다. 구라우교 옆에 있는 산따라물따라펜션 방면으로 난 임도가 바로 들머리. 양봉 벌통 3개를 지나면 비알밭이 나오고, 비알밭 사이로 난 오솔길로 쭉 진행하면 된다.
“GPS가 있으니깐 길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취재에 동행한 클라이머 윤용만씨가 연신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를 살펴본다. 오늘 산행 계획은 구라우골로 올라 응복산 기슭까지 치고 오른 뒤, 광불동 골짜기로 하산해 팥밭무기교로 돌아오는 약 13km의 원점회귀 코스. 무거운 짐을 멘 백패커들은 10시간, 계곡 산행만 즐긴다면 6시간 정도 걸린다고 알려진 길이다.
잠시 콸콸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짙은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덧 길과 계곡이 버무려지며 본격적인 계곡 트레킹이 시작된다. 둥글둥글한 조약돌 위를 걷자 나는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정겹다. 간만에 만난 영장류가 반가운지 각다귀와 날벌레들도 한 아름 몰려들어 붕붕대다가도 몇 번 손짓하자 지쳤는지 이내 사라진다. 번쩍번쩍 보라금풍뎅이들도 이따금 무리를 짓고 있다. 전형적인 강원도 계곡 풍경이다.

너른 암반 사이로 계곡이 소용돌이치며 흘러내리고 있다.

계곡 오른편을 따라 계속 오르자 그동안 잔잔하게 흐르던 계곡이 점점 본색을 드러난다. 졸졸졸 물소리가 우렁찬 포효로 바뀌고, 한 굽이 돌 때마다 제각기 다른 모습의 폭포와 소, 담이 모습을 드러낸다. V자로 깊게 패인 골에서 쏜살같이 쏟아지는 폭포, 넓은 암반에서 유려하게 흘러내리는 폭포, 스키 회전 경기하듯 굽이굽이 여러 단을 거치는 폭포까지. 마치 희방, 토왕, 실비단, 불일처럼 전국 명산 대표 폭포들을 하나씩 축소해서 옮겨 놓은 모양새다.

통화권 이탈! 대체 길은 어디에?

1km쯤 걸어 들어와 한 굽이 돌자 4개 꽉 차 있던 스마트폰 안테나가 하나씩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이제 통화권 이탈, 본격적인 오지계곡 트레킹의 시작이다.

“어? 이게 데이터가 필요한 거였네요?”

길 개척을 담당하기로 했던 윤용만씨가 당황한다. 통화권을 이탈하자 트랭글 내비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 통화권 밖에서 활용하려면 미리 스마트폰에 GPS 기록을 다운받아 놨어야 했다. 

계곡을 가로지르며 걸으려면 등산스틱이 필수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미 코스는 수없이 봐서 머릿속에 넣어둔 상태였고, 지도도 따로 챙겨뒀기 때문. 어차피 시종일관 계곡을 따르면 됐다. 길을 잃을 것이라고 추호도 생각지 않았다. 구라우골을 다녀왔다는 사람의 조언은 단지 ‘세 번 합수점이 나오는데 전부 본류인 왼쪽 방향으로 진행하면 길을 잘 못 들 리 없다’ 정도였다.
그래서 한껏 계곡을 즐겼다. 걷다가 힘들면 아무 걱정 없이 첨벙첨벙 발로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임화승 사진기자는 장노출 사진으로 폭포를 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이를 기다리던 일행은 아예 물 위에 드러눕고 수달처럼 휴식을 취하고 연거푸 자맥질을 했다.
그런데 점점 걸어 올라갈수록 낌새가 심상치 않다. 길이 없다. 물속으로 걸어 올라가기에는 이끼 낀 바위들이 너무 미끄러웠고, 연달아 나오는 사람 키만 한 폭포들도 장애물이었다. 진행이 막혀 애써 계곡을 가로질러 반대편 사면으로 가보면 몇 발자국 못 가 길이 끊기기 일쑤였다.

‘첨벙첨벙’ 계곡 트레킹을 만끽하고 있는 김지은씨와 윤용만씨.

몇 번의 시행착오는 웃으며 넘겼지만 점차 당황하기 시작했다. ‘세 번의 합수점에서 전부 본류인 왼쪽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는 대원칙만 지키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마다 가혹한 산행이 펼쳐졌다. 미끄러운 이끼바위를 억지로 붙잡고 기어오르기도 했고, 밟을 때마다 무너지는 급경사의 흙길을 설상 등반 기술인 킥스텝으로 길을 내 가며 개척해 넘어서기도 했다. 10년은 족히 쌓인 듯한 낙엽 더미들은 밟기 전에 허방다리인지 확인하기 위해 주먹만 한 돌을 던져 봐야 했다. “어? 어? 거기로 가면 안 될 텐데요?”하는 교통사고 유튜버의 단골 멘트가 귓속에서 자동 재생됐다.
“계곡 트레킹이라고 해서 물놀이 반 등산 반인 줄 알았는데 너무 힘들어요.”
취재에 동행한 김지은씨가 앓는 소리를 한다. 그는 2020년에 등산을 시작한 MZ세대. 주로 서울 근교산행만 했고 이런 오지계곡 트레킹은 처음이다. 머쓱하게 대꾸한다.
“제가 계곡 앞에 ‘오지’란 말을 안 붙였었나요? 하하.”

지도상 비선대 일원. 깊은 소와 폭포가 인상적이다.

함지소·명주소·비선대 등 명소 많아
광불동으로 넘어가려면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그때 계곡 오른쪽에 뜻밖에도 인위적으로 누군가 쌓아 놓은 돌담들이 보였다. 담 위로 올라가자 곳곳이 허물어지긴 했으나 그럴듯한 길이 나타났다. 과거 구라우골에 살았던 화전민들이 오갔던 길이다.
구라우골은 지금이야 아무도 살지 않았을 것 같은 원시계곡이지만 한때는 화전민들이 터전을 일구고 살았던 곳이다. 그래서 소와 담들에 나름 전설이 담겨 있다. 함지소는 신혼인 신랑이 함지박에 신부를 태우고 눈 쌓인 구라우골 중간의 처가에 가다가 얼음이 깨져 빠졌다는 전설이 있고, 그 다음 명주소는 명주실 한 발을 풀어야 바닥에 닿을 수 있을 만큼 깊다 하며, 설악 비선대를 꼭 빼닮았다는 비선대 등이 있다. 구라우란 이름도 골짜기 중간에 굴처럼 생긴 굴바위가 있어 이 굴이 구라우로 변형돼 붙여진 것이다.

하늘에서 본 구라우골. 물에 둥둥 뜬 채 더위를 날려버리고 있다.


지도 상 위치와 일치하는 지점에 도착해서 어렴풋이 이름 붙은 곳들을 헤아려본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어디가 정확히 명소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오르는 동안 계속 예쁜 소와 인상적인 폭포들이 쉬지 않고 계속 이어지다 보니 여기나 저기나 다 선녀가 날아오르고 명주실을 다 풀어야 바닥에 닿을 것 같았다. 그만큼 전반적인 계곡미가 너무나 뛰어났다.
그 매력에 홀려 힘든 오지산행임에도 빨려 들어가듯 구라우골 최상류에 도달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이거 더 가면 조난당하겠어요. 그만 가죠.”
이미 오후 4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밀어붙이다가는 해가 질 우려가 있었다.
“아니 잠깐만, 이거 다 길이었잖아요?”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하산하기로 하자 그제야 바른 길들이 보였다.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올 때는 나무나 바위에 가려져 있던 길들이 반대로 보니 명확했다. 이제야 6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얼마나 지독히 나쁜 길만 골랐는지도 깨달았다.

거친 오지개척산행에 지친 윤용만씨가 물에 풍덩 빠져들었다.


결국 멈췄다! 그러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
길은 전반적으로 강의 북쪽, 올라올 때를 기준으로는 오른쪽으로 약 10m 위에 주로 나 있었다. 가끔씩 길이 사라지면 계곡을 건너 반대편을 주시하면서 걷다가 다시 길처럼 보이는 구간이 나온다 싶으면 건너와 올라탔다. 물론 그래도 좀처럼 길이 길게 이어지는 법이 없어 하산도 2시간은 족히 걸렸다.
사라졌던 안테나가 하나 둘, 다시 서면서 오지에서 문명으로 돌아온다. 8시간 동안 밀려 있던 문자와 카톡 소리가 스마트폰에서 연신 울린다. ‘한국에 오지가 어딨어?’라고 깔봤던 문명인은 온 몸에 진흙칠을 했다. 호되고 고됐다. 하지만 정말 시원하고, 너무나 아름다워 여운이 긴 계곡이었다. 

나만의 오지계곡을 찾고 싶다면? 커버리지 확인!

오지계곡을 찾기 쉽지 않다. 오지계곡을 검색하면 마케팅을 위해 오지로 포장됐거나, 과거에는 오지였으나 현재는 오지가 아니게 된 곳들이 너무 많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옥석 정보를 가려내려면 먼저 지도를 통해 직접 오지를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때 유용한 것이 각 통신사별로 제공되는 커버리지맵이다. 커버리지맵은 통화 서비스별 이용 가능 지역을 나타낸 지도다. 
즉 여기서 통화권 밖에 있는 지역들이 대표적인 오지다. 
물론 통화권 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통화권 끝에 걸린 지역이라면 깊은 계곡까지는 전파가 안 닿는 경우가 많다. 이번 구라우골도 계곡 초입까지는 전파가 닿지만 북쪽으로 크게 꺾는 첫 굽이를 지나면서 바로 통화권에서 이탈된다.
또한 반대로 오지를 피하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초보자는 통화권 밖에 위치한 산은 산행 대상지로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통신사별 커버리지맵

LG http://coveragemap.uplus.co.kr/EssCvgApp/index_v2.html#

KT https://nqi.kt.com/KTCVRG/coverage#

SKT sktcoverage.com

출처 : 월간산(http://san.chosun.com)

산행길잡이

구라우교와 산따라물따라펜션 사이에 난 임도가 들머리다. 초반에는 길이 분명하지만 갈수록 길은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한다. 대부분의 경우, 체감 상으로는 약 80% 이상은 계곡 북쪽에 걸을 만한 길이 있었다. 
북쪽으로 걷다가 길이 끊기면 강행돌파하지 않고 계곡을 건너 진행하다가 다시 돌아오는 식으로 진행하면 비교적 수월하다.
지도상 총 세 번의 합수점이 있는데 모두 왼쪽, 즉 서쪽으로 뻗은 더 규모가 큰 골짜기로 접어들면 된다. 강수량에 따라 간혹 합수되는 계곡이 말라 있는 경우가 있어 합수점인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데 골짜기의 흐름이 분명한 주계곡인 구라우골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된다.
광불동으로 가려면 마지막 합수점에서 왼쪽 애끼골로 들어선 다음 지능선을 타고 1,027.7m봉 북동릉으로 올라서면 된다. 이후 골짜기를 따라 광불동으로 내려서면 된다.

교통 및 숙박(지역번호 033)

대중교통 이용이 매우 불편하다. 양양 시내에서 어성전리 종점 정류장까지 농어촌 버스가 운행하지만 여기서 들머리인 구라우교까지 약 10km 떨어져 있다. 따라서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때 유의할 것은 주차할 만한 곳이 주변에 많지 않다. 가장 좋은 건 들머리 인근 펜션에 차를 대고 하루 묵은 뒤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연어의꿈(673-0108), 산따라물따라펜션 (673-4881) 두 곳이 들머리에서 가장 가까우며 인근에 법수치폭포펜션 (010-6233-6915), 네이처펜션(673-1412), 나무향기펜션 (672-672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