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
『권진규 회고전』(중앙일보사, 1988), p.91.
『한국의 미술가 권진규』(삼성문화재단, 1997), p.150, pl.68, p.197, pl.48.
『권진규』(도서출판 가나아트, 2003), p.103, pl.62.
『권진규: 탈주』(재단법인 하이트문화재단, 2010), p.13(installation view), p.19(installation view), pp.23-25, pl.1.1, pl.1.2-4(detail).
『권진규』(마로니에북스, 2011), p.66.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노실의 천사』(서울시립미술관, 2022), p.278(installation view), p.283, p.418.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 영원을 빚은, 권진규』(광주시립미술관, 2022), p.295.
EXHIBITED
하이트컬렉션(서울), 《권진규: 탈주》: 2010.10.11-2011.3.4.
서울시립미술관(서울),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노실의 천사》: 2022.3.24-5.22.
광주시립미술관(광주),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전 '영원을 빚은, 권진규'》: 2022.8.2-10.23.
작품 설명
“권진규에게 있어 진정한 작품은 자기 주변의 대상을 끊임없이 관찰, 연구하여 단순히 본질만을 담아낸 것이었다. 사실적인 것도, 아름다운 것도 아닌, 결코 사라지지 않는 영혼, 영원성이 그가 추구하는 바였다. 그래서 그는 구상과 추상,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여성과 남성. 현세와 내세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종래에는 이를 무화無化하는 작품, 즉 “진흙을 씌워서 나의 노실에 화장하면 그 어느 것은 회개승화하여 천사처럼 나타나는 실존”을 구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 한희진
「기획의 글」,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노실의 천사』(서울시립미술관, 2022), p.38.
권진규는 1943년 일본에서 귀국하여 이쾌대가 운영하는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 이 시기에 우연한 기회로 조각가 윤호중을 만나게 됐고, 그의 스승 김복진이 제작하다 중단한 속리산 법주사의 미륵 대불을 완성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1948년 여름부터 약 6개월 동안의 작업기간은 권진규의 예술 생애에 중요한 전환점이 돼 이후 1949년 일본 무사시노미술학교 조각과에 입학했다. 그의 작업은 인물 조각, 동물 조각, 부조, 소묘 등으로 이루어졌으며 특히 낮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 내에 흙을 구워내는 테라코타와 석고를 감은 삼베에 옻칠한 건칠이라는 전통적 기법을 사용해 작품을 제작했다. 이 중에서도 건칠은 거친 질감이 두드러지는데 삼베를 한 겹 한겹 덧붙이면서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다. 작가는 망치와 끌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보다 직접 손으로 만지고 주무르며 제작과정의 마무리까지 개입할 수 있는 소조적인 방법을 선호했다. 또한, 테라코타로 만들었던 인물상이나 불상을 건칠로도 제작한 것을 보면 작가 나름대로 건칠이라는 오래된 기법을 통해 전통을 모색하고자 했다. 권진규는 흙이라는 자연적인 재료를 통해 대상의 근원과 원초성에 이르고자 했으며, 일본 유학 시절 접한 말이라는 소재를 자신의 예술세계에 도입해 주제의 다양성을 확대했다.
출품작은 뒷다리로 지탱한 채 꼿꼿이 서 있는 역동적인 동세가 특징인 말이다. 권진규는 일본 유학 시절부터 다양한 동물들을 제작했는데, 그중 말은 강한 생명력과 에너지를 무엇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대상이었다. 말은 일본에서 산신山神의 의미를 갖춘 숭배의 대상이고 조선에서도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바처럼 북방의 신성함을 상징하는 동물이므로, 권진규에게는 작품의 주제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의미를 지닌 소재였다. 또한, 작가는 동물이 원시성, 순수성의 표상이라 생각했는데 당시 일본 화단에 팽배한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의식과 순수성 추구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출품작을 보면 조그맣게 붙여진 점토 조각이 거친 마띠에르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점토를 작게 떼어 붙여나가는 방식으로 사물의 본질적인 구조를 찾아 형태를 구축해 나가는 작가의 치밀한 작업 과정이다. 석고 위에 건칠을 하는 과정에서 표면에 칠이 흐른자국이 나타나기도 하고 작가의 지문이 찍히는 등 독특한 질감이 표현된다. 내면의 정신성과 한국성을 응축시킨 조형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던 권진규는 대상의 사실성이 아닌 추상성, 재현이 아닌 상징, 외형이 아닌 내면을 작품을 통해 탐구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