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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김환기 작품관

김환기(1913~1974) - 4월의 행진 - 73.3☓99.6cm (40) - 1961.4

by 주해 2022. 11. 23.

2020-03-03 19:11:16

 

작품설명

 

이번 출품작은 1961년 작품으로 김환기가 파리에서 돌아와 1963년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한국 대표로 참가한 뒤 미국으로 넘어가기 전 서울시기 때 작품이다. 1956-59년까지 당시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한 프랑스 파리에서 3년간 생활을 하며 당시 유럽 화단의 특정 유파에 속하지않고 자신만의 정체성, 미의식이 녹아 든 작품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후 국내로 돌아온 김환기는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 후학들을 가르쳤다. 1950-60년대에 작가는 유화 작품 외에도 종이 드로잉, 과슈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완성했으며 그 가운데 평소문학에 대한 관심도 많아 1939년 『문장』의 권두화를 시작으로 『현대문학』 등 다양한 잡지의 삽화를 그렸고 70여권의 표지화를 비롯 내지의 삽화까지 여러 문학지에 작품을 실었다.출품작은 보랏빛 배경에 사람들의 행진 대형을 화면 가로질러 그린 작품이다.

작품 후면에는‘April 1961’으로 기재 되어있고 환기미술관의 발행 도서에 작품의 제목이 〈4월의 행진〉으로 명기되어 있다. 작품의 제목과 시기로 보아 이 작품이 제작되기 한해 전 일어난 1960년 ‘4·19 혁명’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볼 수 있다. 김환기의 수많은 작품 중 이와 유사한 도상의 삽화가 존재하는데 잡지 『사상계』 1960년 6월호에 〈사월四月의 행진行進〉이라는 제목으로 군상의 대형과 꽃이 휘날리는 형상이 출품작과 흡사하다. 이 잡지는 시, 소설,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이 주로 실렸으며당시 지식인과 학생층 사이에서 유행하던 잡지로 자유당 독재에 반발하는 기고나 편집 방향으로정권과의 마찰을 빚기도 했다. 4·19 혁명 직후 발행된 6월호에는 잡지의 편집을 맡기도 하며 사회현실에 대한 저항 문학을 선보인 시인 신동문의 〈아! 신화같이 다비데군群들〉 시가 실렸다. 이시 역시 4·19 혁명에 관한 내용으로 당시 학생들의 시위 모습을 ‘다비데군’이라 칭하며 그날의 현장을 문학적으로 묘사했다. 신동문은 충청북도 청주 출신으로 김환기의 제자인 윤형근과 1928년생 동기로 가까운 사이였다. 이 둘은 1957년 1월 시인 이설우, 화가 정창섭 등과 함께 ‘충북문화인협회’를 창설하기도 했으며 윤형근은 1960년 3월 김환기의 장녀와 결혼을 해 사제 지간에서 사위-장인 관계가 됐다. 이러한 배경으로 비춰 볼 때 김환기의 〈사월의 행진〉 삽화 도상이 신동문시와 함께 게재된 것은 ‘김환기-윤형근-신동문’ 사이의 관계를 바탕으로 진행 됐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출품작 〈4월의 행진〉의 도상을 살펴보면 1960년 잡지 삽화 도상과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 잡지 출간 후 이듬 해 4월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화면 중앙부를 가로질러 서 있는 사람들은 마치어깨를 맞닿고 손을 얹고 있는 시위대의 모습을 띠고 있다.

나열한 대형의 좌우 끝에 서있는 사람의 형상을 온전하게 유지하지 않았다. 몸체가 생략돼 있어 마치 화면 밖으로 군중이 연이어 확장되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군상의 인물 표현은 김환기 특유의 푸른색으로 채색됐고 각 인물마다톤을 달리하여 일직선으로 가로선 인물들이 겹을 만들며 앞뒤로 있는 것과 같은 환영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람의 형태도 사실적인 묘사보다 서로 맞닿아 인간 장벽을 이루고 있는 모습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한 선의 형태로 표현했다. 작품의 배경은 연보라빛의 색감이 주조를 이루는데 근접해 보면, 그 바탕에 푸른 채색이 깔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 위에 시위대를 향해 추모하듯 던져진 붉은 꽃송이들이 화면 전반을 덮고 있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