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고흐·고갱… 메트 회화 한국 처음 온다
폴 고갱의 ‘목욕하는 타히티 여인’(1892). 11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인상주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로버트 리먼 수집품’ 특별전에서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한 인상주의 회화가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11월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로버트 리먼 수집품’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한다고 20일 밝혔다. 올해 광복 80주년이자 국립박물관 80주년을 맞아 이순신 장군을 조명하는 특별전이 11월 개막하고, 용산 개관 20주년을 맞아 ‘조선 전기 미술’을 한데 모은 특별전이 상반기에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날 언론 공개회를 열고 2025년 주요 전시와 계획을 발표했다.
◇메트 소장 로버트 리먼 컬렉션, 아시아 첫 공개
로버트 리먼 수집품을 최초 공개하는 ‘인상주의’ 특별전이 초대형 블록버스터 전시로 기대를 모은다. 로버트 리먼(1891~1969)은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경영 가문의 일원이자 최정상 예술품 수집가로 2600점 이상의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한다. 굵직한 컬렉터였던 아버지 필립 리먼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최고급 예술품을 보며 성장한 그는 뛰어난 감식안을 바탕으로 다른 전문가의 자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직관에 따라 작품을 수집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부터 프랑스 인상주의, 근대미술까지 14세기~20세기 초 회화, 드로잉, 장식 예술, 도자기, 조각 등 다양한 작품을 수집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 '피아노를 치는 소녀'(1892). / 국립중앙박물관
리먼은 “예술 작품은 개인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감상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사후 수집품 전체를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기증했다. 1975년 개관한 리먼 윙(전시관)은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19세기 프랑스 미술의 세계적 중심지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1월 개막하는 특별전은 리먼의 수집품 중 현대미술 흐름의 중요한 시작점으로 평가되는 인상주의의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는 발전 과정에 집중했다. 19세기 말 등장한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야수주의, 20세기 초기 모더니즘의 대표작 80여 점을 소개한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소녀’(1892), 폴 고갱의 ‘목욕하는 타히티 여인’(1892), 반 고흐의 ‘꽃이 핀 과수원’(1888), 앙리 마티스의 ‘의자 위의 누드’(1920) 등 최고 걸작들이 한국 관람객을 찾아간다. 정명희 전시과장은 “단일 컬렉터의 기증품으로 인상주의의 큰 흐름을 볼 수 있는 전시라는 점이 특별하다”며 “미국에서 인상주의 수집의 선구자로 꼽히는 리먼의 컬렉션은 미국 금융인이 유럽 미술을 수집해 글로벌 미술 시장을 형성한 중요 사례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11월 개막하는 특별전 '이순신'에 전시될 현자총통. /국립중앙박물관
◇인간 이순신 조명하는 특별전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광복 후 조선총독부박물관을 인수해 국립박물관을 개관한 지 80주년을 맞는 해다. 박물관이 경복궁에서 지금의 용산으로 이전 개관한 지 20주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이순신’ 특별전이 11월 개막한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장에서 장군의 모습이 아니라 ‘난중일기’ 속 평화를 염원했던 인간 이순신에게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이충무공전서’ ‘평양성전투도’, 조선 시대 무기류 등 100여 점이 나온다. 7월에는 마라톤 영웅 손기정을 기리는 특별전도 열린다.
전 안견, '사시팔경도'. 조선 15세기. 상반기 '조선 전기 미술' 특별전에 전시될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은 또 용산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상반기 대표 전시로 ‘조선 전기 미술’을 내세웠다.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에서 전개된 미술에서의 혁신과 변화, 성리학이라는 통치 이념과 미술의 관계를 밀도 있게 조명한다. 김혜원 미술부장은 “용산 개관 후 20년이 정착기였다면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조선이라는 나라가 건국되고 새로운 미술이 펼쳐진 양상을 조명하고자 한다”며 “조선 전기는 고려나 조선 후기보다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고 미술의 양상도 알려진 바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번 전시를 통해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학술 연구도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안견 작품으로 전해지는 ‘사시팔경도’, 문정왕후 발원 ‘약사삼존도’ 등 국내외 기관 76곳에서 출품한 300여 점이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