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4 21:59:26
작품설명
조선 후기에 이르러 백자필통은 기형과 문양, 장식기법 등이 점차다양해졌다. 골동 수집과 완상이 새로운 문인문화의 흐름으로 떠오르면서, 사랑방 한 켠을 장식하는 장식품으로 널리 애호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투각필통은 다른 필통들보다 많은 수량이 현전하는 것으로 보아 당대 선비들의 취향에 걸맞는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었던것으로 여겨지며, 이는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화려한 기물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출품작은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높은 키와 넉넉한품의 동체 전면에 서수들을 투각해 화려한 조형미를 갖춘 필통이다.일반적인 세장한 필통에 비해 출품작은 높이와 넓이가 비례해 지통으로도 쓰였을 가능성도 있겠다. 현전하는 투각필통들에는 운룡문,포도문, 파초문 등의 문양이 주로 시문되는데 비해 출품작은 서수를투각한 점이 매우 희귀하다. 작품에 표현된 서수들은 각각 백호, 개,현무 그리고 불가살이不可殺伊로 추정된다.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오사카시립동양도자기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양각의 백호 필통과현무가 청화로 시문된 호암미술관 소장 백자청화귀학문호 등에서각 서수들이 단독으로 등장하는 예가 전한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사자, 현무, 그리고 불가살이로 추정되는 동물들을 기면에 그린 백자청화서수문호가 전하고 있어 문양의 유사성을 비교해 볼 수있겠다. 그러나 출품작과 같이 네 마리의 서수가 함께 조합된 예는극히 드물뿐더러, 투각으로 제작된 예는 더욱더 찾아보기 어려워자료적 가치는 물론 예술적 가치 또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개와 불가살이로 추정되는 형상을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상징하는 사자와 코끼리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면 다양한 감상의 즐거움까지 전달하는 작품인 셈이다.네 마리의 서수는 동그랗게 구획된 각 공간 안에 기세 좋게 자리했으며, 주변으로는 상서로운 기운의 구름을 넣어 조형적 안정감과 화려함을 꾀했다. 각을 다룬 솜씨가 뛰어남은 물론 주 문양을 양각과음각으로 생동감 넘치게 표현한 것 또한 감탄을 자아낼 만하다. 사용된 안료는 맑은 청빛을 띠고 특히 구획된 각 원형이 맞닿는 곳에는 마치 결구장식처럼 채색을 더해 장식성을 높인 점이 특별하다.기면 전체에는 유약이 고루 시유되어 광택이 좋고, 전해지는 작품의상태 또한 우수한 편이다. 바닥은 평저의 형태이며 접지면에는 가는모래 받침을 사용한 흔적이 보인다. 작품은 해외에 머물다 최근에국내로 반입되었다. (3.4 낙찰)
참고도판
백자청화송호문지통,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소장.백자청화양각호문필통, 오사카시립동양도자기미술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