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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전시 . 탐방 . 아트페어

백제와 신라가 함께 사색을 시작했다......國博, 반가사유상 오늘부터 전시

by 주해 2022. 12. 14.

國博, 반가사유상 오늘부터 전시

국립중앙박물관이 12일 상설전시관 2층에 문을 여는 ‘사유의 방’에 박물관의 대표 유물인 국보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왼쪽이 옛 국보 78호, 오른쪽이 83호 불상이다. /고운호 기자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모두 어디로 가는가. 신비로움이 배어 나오는 옅은 미소와 함께 끝없는 사유(思惟)의 세계에 빠진 두 불상이 천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동거에 들어가게 됐다.

한국 미술사의 대표 유물로 불리는 국보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두 점이 12일부터 한자리에서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관 2층에 두 불상만을 위한 공간인 ‘사유의 방’을 마련한 것이다. 다른 설도 있지만, 박물관은 두 불상 중 옛 국보 78호(높이 81.5㎝)는 6세기 후반 백제, 옛 국보 83호(90.8㎝)는 7세기 전반 신라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두 불상이 함께 전시된 것은 1986년, 2004년, 2015년 딱 세 번뿐이었고, 평소엔 하나씩 교체 전시해 왔다. 워낙 귀중한 보물이라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려는 것이었다. 민병찬 관장은 “이젠 보안 센서 등 기술의 발전으로 안전 우려도 없어져, 언제 박물관을 방문해도 한자리에서 두 점을 모두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으로 쇼케이스(진열장)도 걷어냈다.

439㎡ 규모의 전시실은 관객이 오롯이 유물과 만날 수 있도록 유물이 아닌 요소를 최대한 배제했다. 유물 설명조차도 입구에서 QR코드를 찍어 볼 수 있게 한 것. 전시실 디자인을 맡은 최욱 원오원아키텍스 대표는 “방 길이를 소극장에서 무대와 관객 사이의 최대 거리인 24m로 해 관람객이 불상의 표정과 분위기를 충분히 볼 수 있도록 했고, 두 불상의 거리는 멀리서 볼 떄 한눈에 들어오도록 3.8m로 했다”고 말했다. 불상을 만나기 전 점점 어두워지며 긴장감을 높이는 긴 진입로, 미세하게 경사진 전시실 바닥과 벽, 우주 공간처럼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천장 등, 전시실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꾸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