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2 17:19:38
유쾌하되 진지하게! | StyleChosun
거리 예술의 반란
한때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그래피티 아트’가 미술관이나 일류 갤러리의 품 안으로 들어간 건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메인 스트림’에 속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소수인지라 여전히 차별받는다고 여겨질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주류’에 들지 못하는 작가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부지기수이며, 그 같은 분류법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이도 많다. 지금 서울에서는 대형 미술관과 글로벌 갤러리의 전시장을 각각 개성 있게 수놓은 스타급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인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와 배리 맥기(Barrg McGee)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둘 다 미국 캘리포니아(각각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50대의 아티스트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는데, 직접 만나보니 의외로 순둥순둥하고 수줍은 면모가 포착된다는 점에서도 닮은 구석이 있지 않나 싶다.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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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롯데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개인전 <EYES OPEN, MINDS OPEN>展 전시 풍경. 영상, 사진, 벽화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4백70점 규모의 대형 전시다. 이미지 제공_롯데뮤지엄
2 2008년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의 초상화 포스터 작업. Obama Hope, AP, 2008 © 2022 Courtesy of Shepard Fairey/Obey Giant Art INC.
3 이번 롯데뮤지엄 전시와 함께 서울 시내 건물 다섯 곳에 걸쳐 희망과 환경 등을 주제로 한 셰퍼드 페어리 팀의 벽화가 전시되고 있다. 사진은 강남 도산대로의 ‘아티스트 컴퍼니’ 건물. Rise Above Rose Shackle, 2022 © 2022 Courtesy of Shepard Fairey/Obey Giant Art INC.
4 전쟁, 환경, 정치 등 다양한 이슈에 목소리를 내면서 동시대 가장 대중적인 영향력이 있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셰퍼드 페어리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 2022 Courtesy of Shepard Fairey/Obey Giant Art INC.
#배리 맥기(Barry McGee)_Everyday Sunrise>展_ 페로탕 삼청
얼마 전 페로탕 삼청점에서 막을 올린 개인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배리 맥기의 인상은 지난 7월 말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진행된 셰퍼드 페어리의 아티스트 토크에서 보였던 진솔하고 다정다감한 면면을 대했을 때보다 더 놀라웠다(긍정적인 의미에서 그렇다). 휴가 중에 짬을 내 들른 필자에게 그는 이렇게 자신의 전시를 (서울) 사람들이 보러 와줄 줄 몰랐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의 진중한 태도를 접하지 않았다면 이 말만 듣고는 ‘지나친 겸손’이다 못해 ‘가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배리 맥기는 거리와 미술관의 경계를 허문, 흔히 ‘주류’라 일컬어지는 미술계의 양지, 그것도 뮤지엄과 갤러리 양쪽에서 꾸준히 인정과 환영을 받아온 작가여서다. 로런스 린더의 평론 글을 인용하자면, 배리 맥기는 작업관에 있어 반체제적 태도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며 예술계의 표본과 기대에 순응하기를 거부해왔지만, 그럼에도 그가 화면에 담아내는 섬세한 선과 형태, 색감에는 경이로운 수준의 우아함과 표현력이 묻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 오브제를 대하는 통상적인 방식을 뒤집고 ‘비주류’ 세계에서 얻은 복잡한 문화적 레퍼런스를 녹이는데도, 빼어난 미적 완성도와 창의적 기교 덕분에 ‘엘리트 시장’에서 소비되어왔다는 얘기다(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필자도 꽤 오래 간직해온 물건 중 그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눈이 축 늘어진 얼굴들(heads)이 새겨진 하드보드지 초대장이 있는데, 뭔가 위트 있으면서도 섬세한 표현력에 늘 매력을 느꼈지만 정작 그 작품의 창조자가 이렇듯 차분하고 수줍음 많은 캐릭터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셰퍼드 페어리에게 스케이트보드와 펑크록이 있듯, 배리 맥기에게는 ‘서핑(surfing)’에 대한 무한 애정이 자리하고 있음은 명백히 보였다. 우연히 서핑 얘기를 꺼내자 그는 이미 양양에서 서핑을 하고 왔다면서 눈을 빛내며 조곤조곤 말을 이어갔다. 작은 도록에 귀여운 그래피티까지 그려주는 ‘친절한 맥기 씨’의 이번 전시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그가 어째서 서브컬처 지지자와 컬렉터, 그리고 평단의 사랑까지 두루두루 받는지를 어느 정도는 가늠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시명 배리 맥기(Barry McGee)_<Everyday Sunrise> 전시 기간 9월 8일까지 홈페이지 https://www.perrot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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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페로탕 서울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배리 맥기(Barry McGee) 작가의 개인전에 선보인 2022년 신작(평면 작품)의 부분 이미지들. © Barry McGee; Courtesy of the artist, Perrotin, and Ratio
3, San Francisco. 3 미국 샌프란시코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배리 맥기가 자신의 전시 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줍은 표정으로 있다가도 ‘서핑’과 ‘중고품 매장’ 얘기를 하면 눈을 반짝인다. Photo by SY Ko
4 이번 페로탕 갤러리 전시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평면 작품은 물론 오브제, 설치 작품, 서핑 보드 등 다양한 작품을 아우르는 배리 맥기의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접할 수 있다.
1, 2, 4 이미지 제공_Galerie Perro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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