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명문 갤러리도 아시아 최대 中화랑도 “강남으로 왔어요”
아시아 최대 규모 갤러리인 중국계 화랑 탕 컨템퍼러리 아트 서울점 외관. 2022년 청담동에서 문을 열었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
지금 미술 시장 신흥 파워는 강남이다.
독일 명문 갤러리 마이어 리거가 9월 서울 강남에 상륙한다. 미리엄 칸·호르스트 안테스·셰일라 힉스 등 세계 정상급 작가를 거느리며 베를린·카를스루에·바젤에서 운영 중인 갤러리. 아시아 첫 진출지로 삼성동을 택했다. 김주영 마이어 리거 서울 디렉터는 “지난해 서울에 진출한 독일 갤러리 에프레미디스를 인수해 한국에 지점을 낸다”며 “강남은 주요 컬렉터들이 거주하는 곳이라 접근성이 좋고,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코엑스와 가깝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독일 갤러리 마이어 리거가 서울 삼성동에 상륙한다. 사진은 9월 3일 개관하는 서울 지점 외관. 첫 전시로 호르스트 안테스 개인전이 열린다. /마이어 리거
최근 해외 명문 갤러리들이 청담-압구정-신사동에 둥지를 틀면서 미술시장 파워가 강남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탈리아 갤러리 마시모데카를로는 지난 3월 서울 압구정 로데오역 인근에 서울 스튜디오를 열었다. 1987년 밀라노에 갤러리를 설립한 마시모 데 카를로 대표는 미술계 마니아들에겐 널리 알려진 얼굴. 1999년 ‘미술계 악동’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밀라노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면서 3시간 동안 그를 전시장 벽에 테이프로 붙여두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갤러리 측은 “해외 갤러리가 밀집한 강남이 새로운 작가와 관람객을 만나기에 가장 적합한 입지라고 판단했다”며 “서울의 활발한 문화를 느끼기에도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문을 연 이탈리아 갤러리 마시모데카를로 서울 스튜디오 내부. 서울 압구정 로데오역 인근에 자리잡았다. /마시모데카를로
'미술계 악동'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1999년 선보인 퍼포먼스 작품 '완벽한 하루'. 3시간동안 전시장 벽에 테이프로 묶어둔 인물이 바로 자신의 화랑 대표인 마시모 데 카를로다. /마시모데카를로
전통적으로 서울의 미술 시장은 강북이 강세였다. 삼청동은 국립현대미술관이라는 구심점이 있고, 국내 최정상급 화랑이 모여 있는 데다 경복궁 등 문화유산과의 접근성이 오랜 강점이었다. 한남동은 국내 최고 사립 미술관인 리움 미술관이 있고, 강남과 강북으로 모두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 페이스·타데우스 로팍·리만머핀 등 외국계 메가 화랑이 들어섰다는 게 장점으로 꼽혔다.
지난해 9월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1층에 개관한 화이트 큐브 서울 외관. /화이트 큐브
그런데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이 자리를 잡고, 서울이 아시아 미술 허브로 급부상하면서 강남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영국 유명 화랑 화이트 큐브가 지난해 9월 신사동에 지점을 열고 한국 시장에 진출한 게 상징적이다. 화이트 큐브 바로 인근에 파리에 본사를 둔 페로탕 갤러리가 있다. 페로탕은 삼청동에 이어 2022년 이곳에 2호점을 냈고, 지난해 삼청점을 정리하면서 강남에만 주력하고 있다. 호림아트센터, 아뜰리에 에르메스, 송은 아트스페이스, 대형 경매회사와 각종 글로벌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가 밀집한 도산공원 일대에 세계 유수 화랑들이 가세하면서 문화 예술 중심지로 도약한 것이다. 박혜미 페로탕 서울 큐레이터는 “강남으로 옮긴 후 확실히 젊은 관람객이 많아졌고, 화이트 큐브가 들어서면서 일대에 시너지가 생겼다”고 했다.
프랑스계 글로벌 화랑 페로탕 서울지점. 화이트 큐브 바로 인근에 있다. /페로탕
뉴욕 기반 갤러리 글래드스톤과 아시아 최대 규모 갤러리인 중국계 화랑 탕 컨템포러리 아트도 2022년 청담동에 서울 지점을 열었다. 미술계 관계자는 “쾨닉, 오페라 갤러리, 두아르트 스퀘이라 등 서울에 진출한 해외 갤러리의 70~80%가 강남에 둥지를 틀었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화랑들의 강남행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화랑들의 강남 이전도 늘어나는 추세다. 중견 화랑 원앤제이갤러리는 18년간 가회동에서 운영하다 지난해 청담동으로 이전했다. 박원재 대표는 “청담동으로 옮긴 후 주말에도 사람이 많고, 구매력 있는 30~50대 방문이 삼청동 때보다 훨씬 늘었다”고 했다. 서울 종로 일대에서 주말마다 열리는 시위도 삼청동 화랑가엔 악재로 작용한다.
서울 청담동 원앤제이 갤러리 외관. 18년간 가회동에서 운영하다 지난해 청담동으로 이전했다. /원앤제이
‘청담 갤러리 투어’를 하면서 동선을 짜는 관객들도 많아졌다. 지갤러리, 이유진갤러리, 쾨닉 서울 등 청담동 일대 갤러리를 돌면서 하루 날 잡아 전시를 몰아보는 식이다. 전시 애호가 김모(37)씨는 “지난 주말에도 페로탕에서 조르주 마티유 개인전을 보고,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이안리 전시, 탕 컨템포러리 아트에서 우국원 개인전까지 묶어서 관람했다”며 “최적의 동선을 짜기 위해 청담 일대 전시 일정을 자주 확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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