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인 이인문(1745~1824)의 고송유수첩(古松流水帖)에 들어있는 대택아회(大宅雅會)다. 대갓집 주관으로 선비들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만나는 모임이다.
오른쪽의 커다란 누각을 중심으로 정자와 모정(茅亭), 별채 등이 들어서 있고 왼쪽으로는 얕은 야산으로 둘러싸인 널찍한 경작지가 보인다. 어느 명문세가의 전형적인 별서(別墅)로 짐작된다. 봄날의 밭갈이 모습도 그려져 있지만 나뭇잎이 핀 상태로는 초여름이 배경이다. 맨 앞에 C자로 구부러진 고목나무는 옛 선비들의 손때가 묻은 곳이라면 한 그루쯤은 꼭 있어야 할 배롱나무다. 오른쪽 절벽 위에는 마을 뒷산에 흔한 상수리나무 두 그루가 자리 잡았다.
절벽 아래의 단출한 초가 별채는 처마 끝에다 길게 달아낸 시렁 위에 등나무 덩굴을 올렸다. 서향집인 별채에 해가림 시설을 하여 여름철을 시원하게 보낼 요량이다. 등나무는 다른 나무나 물체에 빌붙어 감고 올라간다 하여 옛 선비들은 멸시의 대상인 소인배와 비교했다. 그래서 서원이나 향교 등 선비들의 문화 유적지를 비롯하여 이렇게 대갓집 별서에서 등나무를 찾기는 쉽지 않다. 등나무 시렁 아래에는 한 동자가 열심히 화로에 부채질 중이다. 차를 끓여 별채에 편안히 앉아 쉬는 선비에게 올릴 작정이다. 이어진 모정과 안채 사이에는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대나무를 심어 차폐 기능을 하고 있다.
가운데 솟을대문 좌우를 비롯하여 정자 옆에는 이인문이 잘 그렸던 소나무 3그루가 화면 전체를 압도한다. 각각의 소나무 곁에는 간식거리가 될 아담한 살구나무 세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그림의 중심에는 별서의 주 건물인 팔작지붕 누각이 있고 안에는 아직 아회가 개회되지 않은 듯, 참석자 6명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누각의 뒤쪽은 우뚝 솟아오른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를 참나무들이 지켜 주려는 듯 에워쌌다. 이어진 계곡의 오른쪽 절벽 위에는 곧게 높이 자라는 전나무 3그루를 자그맣게 그려 넣어 원근법을 느끼게 한다.
조선 후기 대갓집 별채의 실제 아회 모습과 별서의 아름다운 풍광이 오늘날 드론 카메라로 줌인 하듯이 잘 묘사되어 있다. 솟을대문 마당에는 두 쌍의 사슴과 학이 놀고 있고, 뒷문 쪽의 아이 셋은 별서의 분위기를 평화롭게 해준다. 아회 현장과 함께 소장자의 장수와 다복함을 상징하려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