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도 시대 도자기가 유럽 취향과 만났다. 18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유럽의 금속 주전자를 모방한 커피포트를 일본 아리타 지역에 주문해 생산한 채색 자기다. 몸통엔 학과 소나무, 대나무, 매화를 그렸고, 받침대엔 사람이 한 손을 올려 떠받치는 모양의 인형 세 개가 달렸다.
유럽이 열광한 일본 도자기를 볼 수 있는 상설 전시실이 문을 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에서 개관한 세계도자실은 동서양 문물이 가장 활발하게 오고 간 17~18세기 세계사를 도자기를 통해 살펴본다. 동서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자기를 자체 생산할 수 없었던 유럽은 중국 청화백자를 적극 수입했고, 1644년 명·청 교체 혼란 이후엔 일본 채색 자기가 유럽 시장을 사로잡는다.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데려간 도공으로 도자기 제조 기술을 배운 일본은 50년 만에 수출국이 됐다.
네덜란드 국립도자박물관과 흐로닝어르박물관에서 빌려온 도자기 113점이 코로나 와중에도 무사히 서울에 도착했다. 김희정 학예연구사는 “유럽은 중국⋅일본 도자기를 무작정 수입한 게 아니라 자신들만의 취향을 주문 생산하거나 가문의 문양 등을 새겨넣었다”며 “동서양 문화가 만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했다. 2022년 11월 13일까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