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미술/서양 미술사

인상파, 야수파… 미술 혁신 이끈 '벨 에포크'의 프랑스

by 주해 2022. 11. 25.

2020-04-25 11:05:51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4/2020042400383.html

 

[이주은의 미술관에 갔어요] 인상파, 야수파… 미술 혁신 이끈 '벨 에포크'의 프랑스

[이주은의 미술관에 갔어요] 인상파, 야수파… 미술 혁신 이끈 '벨 에포크'의 프랑스

newsteacher.chosun.com

 

[프렌치 모던 전]
19세기 말부터 부흥한 프랑스 미술… 근현대 미술 사조의 황금기 이끌어
자연을 담은 바르비종파 시작으로 빛에 따른 순간의 색 그려낸 인상파
강렬한 색채 표현한 야수파 등 등장

20세기 초 미국은 예술 문화보다는 그랜드캐니언 같은 자연으로 대표되는 나라였습니다. 자연에 자부심을 갖고 살던 미국인들이 문화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계기가 있었어요. 1913년 2월 뉴욕에서 열린 첫 '아모리 쇼'였습니다. 아모리 쇼는 매해 뉴욕에서 열리는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인데, 첫 전시에서 마티스와 피카소 등 유럽에서 이름을 날리던 거장 미술가들의 작품 400여 점이 미국에 처음으로 소개됐거든요. 이후 뉴욕의 미술품 애호가들은 프랑스 현대미술 작품들을 수집하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뉴욕 브루클린미술관도 이런 수집 열풍에 동참했고요.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브루클린미술관의 19~20세기 프랑스 현대미술 소장품을 소개하는 '프렌치모던: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1850-1950' 전시가 오는 6월 14일까지 진행됩니다.

 

 작품1 - 장 프랑수아 밀레, 〈양 떼를 돌보는 남자〉, 1860년대 초, 캔버스에 유채, 81.8 x 100.5㎝.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작품1은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가 그린 '양 떼를 돌보는 남자'예요. 밀레는 '만종'이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화가이지요. 농부의 아들로 자란 밀레는 파리 외곽의 작은 마을 바르비종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는데, 여기에서 '바르비종파'가 유래했습니다. 19세기 중엽 프랑스 교외에서 활동한 풍경화가 집단을 뜻하는데, 밀레를 비롯해 쥘 뒤프레, 카미유 코로 등이 속합니다. 그림 한가운데 양치기가 지팡이에 기댄 채로 서 있어요. 잠시 힘겨운 일에서 숨을 돌리는 듯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고 있고, 그의 뒤로는 양들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농가 사람들을 통해 밀레는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일하고 또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은 밀레의 그림을 보며 고요하고 평화롭다고 말하곤 하지요.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고달프고 힘겨운 농부의 일상이 숨어 있어요. 이처럼 바르비종파는 이전 화풍에서 주를 이루던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자연관을 거부하고, 자연을 눈으로 직접 관찰하며 실생활을 담아내 사실주의와 인상주의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했습니다.

 작품2 - 베르트 모리조, 〈부르시에 부인과 딸의 초상〉, 1873년경, 캔버스에 유채, 74.5 x 5.68㎝.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바깥에서 하루를 보내는 농부와는 대조적으로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작품2에서 보듯 19세기 말에 상류층 집안의 여자와 아이는 어른 남자 없이는 혼자서 외출할 수 없었어요. 이 그림을 그린 화가 베르트 모리조(1841~1895)는 바르비종파에 이어 나타난 미술 사조인 '인상파'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모리조는 야외에서 주로 그림을 그렸던 다른 인상파 화가와 달리 대부분 실내 그림만 그렸어요. 여성이었던 그는 당시 사회적 제약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에요. 함께 전시회를 가졌던 동료 남자 화가들은 서커스 공연장, 술집, 거리의 카페 등 도시 생활을 소재로 다양한 장면을 그렸지만, 모리조는 집의 실내와 정원을 배경으로 가족과 친구만을 그려야 했습니다. 이 그림 속 인물들도 화가의 집을 방문한 친척이에요. 소녀는 그림의 모델로 앉아 있기 좀 어색한 듯 어머니의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네요.

                 ▲ 작품3 - 클로드 모네, 〈푸르빌의 밀물〉, 1882, 캔버스에 유채, 66 x 81.3㎝.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작품3은 대표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가 그린 '푸르빌의 밀물'입니다. 인상파는 바르비종파처럼 야외의 모습을 주로 그리되, 시시각각 빛에 따라 변하는 순간의 색을 중시한 것이 특징입니다. 모네가 노르망디 해안이 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가 해가 뜰 무렵부터 해가 질 때까지 빛과 색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기록한 그림 중 하나예요. 그는 매시간 서서히 달라지는 빛의 분위기를 각각 담아내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무려 17개나 되는 캔버스로 작업했습니다. 모네의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여러 붓질로 이루어진 짤막짤막하게 끊어진 색점들이 있는데, 좀 떨어져서 보면 우리 눈 위에서 색점들이 혼합되는 효과를 냅니다. 모네는 붓에 바로 물감을 묻혀 칠했어요. 물감을 팔레트 위에서 섞으면 색이 점점 탁해지기 때문에 빛의 투명한 느낌을 제대로 낼 수 없었기 때문이죠. 이 그림은 구도도 과감해요. 수평선은 그림의 위쪽 끝까지 올라가 있고, 오른쪽 가장자리는 잘려나간 듯 보입니다. 화가가 높고 가파른 벼랑 위에 서서 바다 아래로 내려다봤을 때의 모습이지요.

 작품4 - 라울 뒤피, 〈보트 경주〉, 1908~1910년경, 캔버스에 유채, 54 x 65.2cm.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작품4는 똑같이 노르망디의 해안을 그린 그림인데, 모네와는 그리는 방식이 전혀 다르지요. 야수파로 분류되는 화가 라울 뒤피(1877~1953)의 '보트 경주'라는 그림입니다. 야수파는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생겨난 미술 사조로, 인상파의 타성적인 화풍에 반기를 든 젊은 작가들에서 비롯됐어요. 이들은 과거엔 잘 쓰이지 않던 빨강·노랑·초록·파랑 등의 원색을 굵은 필촉을 사용하여 병렬적으로 화면에 펼치며 대담하게 개성을 표현했죠. 앙리 마티스(1869~1954)가 주도한 이 사조에서 뒤피 역시 큰 영향을 받았어요. 그의 그림을 보면 태양 아래 눈에 비친 그대로 색을 묘사하는 인상주의 기법에서 벗어나, 본 것과 상관없이 기분대로 자유롭게 색을 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화가의 눈이 아니라 모든 감각으로 빛과 색을 보고 그 느낌을 끌어낸 것이죠. 이렇듯 19세기 말~20세기 초에 가장 혁신적인 미술을 탄생시켰던 나라는 프랑스였습니다. 여전히 그 시절의 파리는 미국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동경하는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로 기억되고 있지요.

☞벨 에포크(Belle é poque)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대'라는 뜻으로, 19세기 말부터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사회·경제·문화적으로 번성했던 시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프랑스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이 시기 정치적 격동기가 끝나고 산업혁명을 거쳐 문학·미술·패션 등 여러 예술 분야가 부흥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