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7 11:35:48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5/2020051504131.html
'프리다의 예술은 폭탄을 두른 리본이다(The art of Frida is a ribbon around a bomb).' 프랑스 초현실주의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멕시코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를 평한 글입니다. '프리다(Frida·사진)'는 리본과 폭탄이 무엇을 은유하는지 궁금해할 이에게 학예사(學藝士) 역할을 하는 드라마입니다.
프리다의 1953년 전시회가 열리는 대단원부터 소개합니다. 멕시코의 유명 벽화가(壁畫家) 디에고 리베라가 관람객에게 그녀 작품을 소개합니다. "저는 고통을 이토록 시적(詩的)으로 잘 표현한 여인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프리다가 즐겨 그리는 소재는 자기가 직접 겪은 육체 및 정신적 고통이라는 걸 말하려는 대목에선 회한 가득한 그의 눈이 붉어집니다. 어떤 사연 때문일까요.
도입부 무대는 1925년 멕시코. 긴 쇠꼬챙이가 18세 소녀의 골반과 질을 관통합니다. 하굣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겁니다. 의사를 꿈꿨던 프리다는 병상에서 그림을 그리며 고통과 싸웁니다. 디에고가 그녀의 재능을 알아봅니다. 프리다는 두 번 결혼한 그를 남편으로 맞습니다. 불행하게도 그의 잦은 외도는 프리다의 영혼을 파괴합니다.
"당신 초상화엔 '혼자가 된 인간의 고통'이 가득해요." 극 중 한 인물의 대사입니다. 실제 프리다의 전작(全作) 중 그런 고통의 초상화가 절반이나 된다지요. 영화의 원작 '프리다: 프리다 칼로의 전기'에서 프리다는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내가 제일 잘 아는 주제니까. 내게 영감을 주는 뮤즈는 나 자신이에요(I am my own muse).'
영화는 은유합니다. 프리다가 자 신의 내면을 꾸밈없이 솔직히 표현한 미(美)가 '리본'이라고. 여성의 정체성과 성 평등 주제는 언제든 리본이 풀리면 뇌관이 터지듯 크게 폭발성을 발휘하는 '폭탄'과도 같다고.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맨 끝 장면에선 불길과 폭죽이 평온하게 잠든 프리다를 감쌉니다. 그러다가 화면이 정지하면 그 자체로 한 폭 작품이 됩니다. 그녀 머리에 나뭇잎 리본이 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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