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에 한 잔, 두 잔... 알코올 굴레서 못 나오면 근육 빠진다
파블로 피카소가 1904년 그린 〈검소한 식사〉. 깡마른 알코올 의존증 환자(왼쪽)가 모델로 나온다. /스페인 마드리드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소장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년)에 스물세 살 때 완성한 <검소한 식사>. 아연판에 에칭으로 묘사한 동판화 작품이다. 조각 기술에 대한 피카소의 초기 시도 중 하나다.
보기만 해도 우울한 이 작품에는 남녀가 등장한다. 왼쪽의 눈 감은 남성과 그 옆에 다가 붙어 앉아 있는 여성이다. 둘은 아무 관계가 아닌 양, 딴 곳을 바라본다. 식탁에는 검소하게 반 조각 빵과 와인만 차려져 있다. 남성의 가늘고 길쭉한 손가락과 야윈 몸, 각진 얼굴, 공허한 표정에서 빈곤과 알코올의존증의 가련함이 느껴진다. 실제 작품은 알코올의존증 환자를 묘사했다. 이 같은 서글픈 분위기는 당시 절친의 자살로 우울한 시기를 보냈던 이른바 피카소 블루 시기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알코올은 그 자체로 열량은 높지만, 영양소는 없고, 음식 속의 비타민·미네랄의 흡수율은 낮춘다”며 “알코올의존증이 오래되면 수분도 고갈되고, 근육량이 소실되어 깡마른 사람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알코올중독자들은 허기가 느껴질 때 반사적으로 음주에 대한 갈망이 올라와, 허기를 술로 채우게 된다”며 “허기, 음주, 우울, 무기력, 식욕저하, 허기로 반복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면서 점점 더 말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이해국 교수는 전했다. 그림 속 남자가 전형적인 중증 알코올중독자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알코올중독 치료는 일단 음주를 중단하는 것인데, 그 경우 금단증상이 나타난다”며 “1~2주 입원해서 금단증상을 치료하거나,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일주일에 두세번 외래를 방문하여 제독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불안과 자율신경항진, 불면 등의 금단 증상과 영양결핍은 수액과 약물로 해결하면서, 항갈망제, 항우울제 등의 약물과 인지행동치료로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감정 스펙트럼이 깊고 넓은 청춘은 우울한 법이다. 이겨내고 버티면 위트 넘치는 화가 ‘피카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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