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미술/강요배 작품관

강요배(1952~ ) - 산국있는 가을밭 - 72.6☓116.7cm (50) - 1992년 - oil on canvas

by 주해 2022. 11. 23.

2020-03-03 18:39:57

 

 

LITERATURE

『현대작가선 9 제주의 자연 강요배』(도서출판 학고재, 1994), p.65.

 

 

작품설명

제주에서 태어나 ‘현실과 발언’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분단의 역사에 드리워진 상처와 치유를 주제로 작업해온 강요배는 1992년 고향에 정착했다. 제주4·3항쟁을 연작으로 다룬 개인전 《제주민중항쟁사》를 통해 80년대 후반부터 이어온 역사화를 선보였으며, 동시에 제주의 특색 있는 자연 환경에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때로는 자연의 일부분을 클로즈업해, 또 때로는 이렇게 너른 풍경을 화폭에 담았는데, 그 대상에 따라 꾸미는 색채와 붓터치 역시 조금씩 느낌을 달리 했다. 가령 바다는무채색의 계열로, 대지와 그 위에 꽃 피운 다양한 식물은 각기 특색 있는 색채로 다채롭게 묘사했다. 필치 역시 각 대상에 따라 거칠면서 섬세한 터치를 달리 했는데, 이는 그가 자연을 단순한 관찰의 대상으로 본 것이 아니라 제주의 역사와 연관 지어 서사적 리얼리티를 반영해 그려냈음을 알 수있다. 그 때문인지 산국이 군데 군데 피어난 가을 밭에도 또렷한 형상은 묘사되어 있지 않다. 수확이 무르익은 풍경을 황토빛 계열과 짙은 채색을 반복해 명암을 드리웠으며, 잔잔한 밭에 돋아난 갈대와 거친 산국을 필치로 달리 나타냈을 뿐이다. 그럼에도 층층이 겹쳐 올린 밭의 형태와 멀리 형태가 드리운 산의 형상이 그림에 깊이감을 더해주었다. 산과 하늘은 상대적으로 옅은 색채를 사용해 밭의 형태를 부각했으며, 채색을 사용했음에도 마치 수묵화를 보듯 강한 농담이 풍경을 우리에게 더욱 각인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