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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김창열 작품관

김창열(金昌烈 : 1929~2021) : 물방울 : Water Drops : oil on hemp cloth : 129.5☓98.4cm (60) : 1973

by 주해 2022. 12. 11.

2021-08-14 15:09:26

 

PROVENANCE

Bonhams, 12 Nov 2013, Lot 100

 

작품설명

1977년에 제작된 출품작 〈Water Drops〉은 김창열이 작업한 그 어느 시기 작품들보다 영롱하면서도견고하게 물방울이 맺혀있는 1970년대의 주요 작품이다. 오랜 시간 평생을 그린 물방울은 그가 작고하기 전까지도 치열하게 그린 소재로, 티 없이 맑게 맺힌 화면 속 물방울이 작가 개인의 인생 속에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1929년, 김창열이 태어난 평안남도 맹산은 맑고 푸르른 대동강이 흐르는 곳으로 그에게 고향은 투명한 강물의 이미지가 됐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자신의 누이를 피난지 수원에서잃고 무덤 앞에서 종일 울던 날의 눈물은 어느 작품 속 물방울보다 많았다. 전쟁의 트라우마와 아픔을겪은 작가는 힘껏 내리그은 붓질과 거친 마티에르로 작품에 쏟아냈으며, 이후 화면 속 물감 덩어리는기하학적 배열 사이 틈에서 배어 나오는 점액질의 형상으로 나아갔다. 앞선 과정들을 거쳐 1969년 김창열이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면서 비로소 그의 작업은 ‘물방울’의 회화세계로 진입했다. 그는 파리 근교 팔레조의 낡은 마구간에 아틀리에와 숙소를 마련했고, 그곳에서 물방울이 탄생했다. 작품을 제작할 재료가 넉넉지 않아 캔버스 뒷면을 물에 적셔 묵힌 후 물감을 떼어 또 그리는 식으로 작업하던 시절,여느 때처럼 물을 뿌리다 햇빛 사이로 찬란하게 반짝이는 물방울을 포착해 그 아름다움을 자신의 화폭에 옮겨 그리기 시작했다. 1972년, 《살롱 드 메Salon de Mai》전시에서 짙은 바탕에 단 하나의 물방울을그린 <밤의 행사Event of Night>를 시작으로 누른 마포 생지 위 여러 물방울은 맺히기도 때론 스며 흐르기도 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됐다. 출품작은 거친 마포 위 다른 대상 없이 오로지 빛을 받은 청아한물방울과 그 그림자만 있다. 여기에 작품의 바탕을 이루는 마포의 물성은 물방울의 생생함과 대비된다.그림 위쪽에 자리한 물방울은 단단하게 영글어 있지만, 아래의 몇몇 방울들은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이내 주르륵 흘러내려 그렁그렁 한 기운이 전해진다. 작가 스스로 밝혔듯, 그는 인생사의 희로애락을물방울에 담아냈으며 1970년대 회화에서 물방울은 이러한 전쟁의 상흔과 내면을 극복하는 정화와 치유의 수단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로부터 50여년간 김창열의 회화는 시대에 따른 화풍의 변화가 다소있었지만, ‘물방울’만큼은 한결같이 지속 되며 그의 삶에 영원히 존재하는 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