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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김환기 작품관

김환기(1913 ~ 1974) : 무제 : mixed media on canvas : 86.5×61cm

by 주해 2024. 4. 10.

EXHIBITED
Paradise Hotel Busan(Busan), 《AHAF Asia Hotel Art Fair Busan 2023 Special Exhibition: MASTERPIECE》: 2023.6.29-7.2.
작품 설명
김환기의 예술세계는 서구의 미술기법과 사조를 받아들인 1930년대 초반 도쿄 유학시절부터 출발하여 서울과 부산, 파리, 뉴욕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되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도미한 유럽의 전위미술가들에 의한 자극으로 추상표현주의가 등장하고 전후 국제미술의 중심지가 되어 다양한 실험이 전개되고 있었던 뉴욕에서의 삶은 화풍의 변화를 크게 보여주었다. 미국화단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자 했던 김환기는 점차 두터운 유화물감만의 재질감을 해체하고 구상성을 덜어냈으며 순수 조형 요소에 의한 제작을 위해 다양한 조형시도와 재료실험을 거듭하며 제약이나 경계 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미의 이념을 담아내고자 했다. 캔버스 작업의 경우, 모래, 시멘트 등의 매재를 섞어 질감을 강조하고 그 위에 유화 물감을 여러 차례 올려 화면에 깊이와 무게감을 끌어내거나, 상품화된 화포를 쓰지 않고 생지의 결을 그대로 살린 채 유채 물감 사용의 다양한 운용을 보여주었고 종이의 성질을 응용한 작업과 파피에 마셰로 오브제를 만드는 등 입체 작업도 진행했다.

출품작은 제작연도가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거친 매재가 섞인 두터운 마티에르를 바탕으로 추상화된 형상의 배열에 따른 화면구성을 보여주어 순수 조형 요소로 화폭을 채워나가던 1960년대 후반으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시점임을 느낄 수 있다. 1960년대 중반 미국화단의 한 축은 평면, 색, 선, 기하학적 형태를 근원요소로 인식하고 있었고 김환기는 이것들이 화면 안에서 질서와 균형을 이뤄야 미에 대한 공감 가능한 화면이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색면과 색면을 지나는 유연한 선들로, 후반에는 부유하는 듯한 형상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색면 혹은 색점으로 단정하게 배열하여 이를 맞추었다. 구성이 간결해지면서 묘사를 위한 유채 물감의 층위가 갖던 화면의 무게감이 사라지는 것의 대안이자 재료적 실험으로 채워진 매재들은 화면에 견고함을 더함과 동시에 색조를 덧입고 침잠한다. 장식적이면서도 절제된 조형미가 인상적인 작품으로 형상의 간결함으로 단순한 구성처럼 보이지만 시간을 두고 쌓아올린 색조가 층위를 이뤄 부조적 입체감에 깊이가 더해진다.
작가정보
수화 김환기의 작품세계는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탄생 과정을 보여준다.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하면 첫번째는 1933년 일본 유학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로 추상회화의 모색기이며, 두 번째는 해방 이후부터 뉴욕으로 떠났던 1963년까지의 시기로 엄격하고 절제된 조형성 속에서 전통 소재를 통해 한국의 고유한 서정미를 추구하던 시기다. 그리고 세 번째 시기는 1974년 작고하기까지 뉴욕에서 작업하던 기간으로 구체적인 자연물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순수한 조형 요소인 점, 선, 면으로 대치되어 내밀한 서정적 세계의 심화를 보여주었다.
 
20240424 : S : 추정가 KRW 220,000,000 ~ 400,000,000 : HP :220,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