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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박물관 . 미술관

우피치 미술관....르네상스 예술을 대표… 메디치家의 200년 컬렉션 모았어요.

by 주해 2022. 11. 29.

우피치 미술관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이 지나가면 전 세계적인 '제2의 르네상스(Renaissance)'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과거에도 전염병이 휩쓸고 지나간 후에 새로운 문화가 태어나 꽃을 피운 경우가 있었거든요.

대표적인 것이 14세기 유럽에서 탄생한 르네상스 문화입니다. 르네상스를 맞이하기 직전 온 유럽에는 흑사병이라는 악명 높은 전염병이 돌았어요. 오늘은 흑사병이 휩쓸고 간 뒤 꽃피었던 르네상스 시대 가장 뛰어난 예술품을 볼 수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대해 알아볼게요.

14세기 유럽은 혼돈의 시대였습니다. 중세 지배층 중 하나였던 기사(騎士) 계급은 200여 년 가까운 십자군 전쟁 원정으로 규모와 세력이 모두 약해진 상태였고, 여기에 흑사병이 겹치면서 농부들마저 너나없이 죽어나갔지요. 그러자 1000여 년간 유지돼 오던 중세 봉건제도(땅을 가진 영주가 농노들을 지배하는 제도)가 하나둘 무너지고 말았답니다.

이후 새로운 지식인층이 생겨나고 상인들이 돈을 벌면서 근세의 도시가 형성되었어요.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도시는 이탈리아 북서쪽에 있는 피렌체였습니다.

피렌체는 '꽃의 도시'라는 뜻처럼 르네상스 예술이 화려하게 꽃피었던 곳이에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같은 천재 예술가들이 이 도시를 거쳐 갔고, 이들 뒤에는 부유한 상인 출신인 메디치 가문의 후원이 있었습니다. 15~17세기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의 군주들은 대(代)를 이어 인문 예술 발전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은 그런 메디치 가문이 200여 년에 걸쳐 수집했던 르네상스 예술품을 한데 모아둔 곳입니다. 르네상스 예술 컬렉션으로는 세계 최고 미술관으로 꼽히죠. 우피치(Uffizi)는 이탈리아어로 '집무실'이라는 뜻인데, 16세기 중반 메디치 가문의 코시모 1세(1519~1574)가 실권을 잡았던 시기에 계획됐어요. 처음에는 피렌체 공국의 행정청으로 쓸 목적으로 지었답니다. 이탈리아 옛 건물들처럼 맨 아래층은 길처럼 다닐 수 있게 트여 있고 그 위에 세 층이 올라가 있습니다.

메디치가의 군주들은 우피치 건물 1층을 집무실로 썼고, 2층은 당시의 이름난 예술가들을 불러 그들이 창작할 수 있도록 작업실로 내어주었습니다. 3층에는 메디치 가문에서 수집한 귀중품과 예술품들을 전시해 두었어요.

18세기에 메디치 가문이 쇠락하면서 많은 소장품이 피렌체의 새 왕조인 로레나 가문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1765년 메디치 가문은 우피치를 나라에 기증하고 일반에 공개했답니다. 본래 우피치 미술관에는 조각품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1800년 이 조각품들을 근처 바르젤로 국립미술관과 국립 고고학미술관으로 옮기면서 회화 위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우피치 미술관은 어디서부터 보아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피렌체 출신 화가 조토(Giotto·1267?~1337)의 작품부터 보는 것이 좋아요. 시기적으로 조토는 중세에서 르네상스 시대로 넘어가는 때 활동했던 예술가거든요. 그래서 그는 '마지막 중세 화가' 혹은 '최초 르네상스 화가'라고 불렸어요.

작품1은 성모마리아와 어린 예수를 그린 조토의 종교화입니다. 양옆의 성인(聖人)들과 천사들이 떠받들듯 우러러보는 가운데 두 모자(母子)가 권위 있어 보이는 의자에 앉아있어요. 엄마와 아이를 그렸지만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강조되어 있습니다. 배경도 황금색으로 칠해져 있고 인물마다 황금빛 후광을 둘러서 현실 세계 사람 같지 않은 느낌을 주고 있어요.

 (사진 왼쪽)작품1 - 조토 ‘마에스타(영광의 그리스도)’ 1310년, 목판에 템페라(그림 물감의 일종). (사진 오른쪽)작품2 - 필리포 리피 ‘두 천사와 함께 있는 성모’ 1465년, 목판에 템페라. /우피치 미술관
 

조토의 그림을 약 150년 후에 그려진 필리포 리피(Lippi·1406?~1469)의 '두 천사와 함께 있는 성모'와 비교해 볼까요? 작품2는 조토와 똑같이 성모자와 천사들을 그린 것이지만 이 그림에선 한결 현실 속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르네상스 문화가 무르익어 갈수록 화가들은 비록 종교화일지라도 성모마리아와 예수를 인간의 아름다움을 갖춘 존재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려 했어요. 배경은 금색이 아닌 실제 같은 하늘색으로 바뀌었고, 예수는 통통하고 팔다리가 짧은 사랑스러운 아기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성모는 천상의 거룩한 여왕 이미지가 아니라, 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어여쁜 이탈리아 여인을 닮았지요.

                             ▲ 작품3 - 산드로 보티첼리 ‘봄’ 1478년, 목판에 템페라. /우피치 미술관

리피에게서 그림을 배운 보티첼리(Botticelli·1445?~1510)는 우피치 미술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가입니다. '비너스의 탄생'과 '봄(프리마베라)'이 특히 유명하지요. 그중 '봄'〈작품3〉을 살펴볼까요? 이 그림 속엔 봄의 아름다움을 축하하는 여러 인물이 나옵니다. 가운데에는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美)의 여신 비너스가 서 있고, 사랑의 신 큐피드가 장난스럽게 화살을 든 채 그 위를 날아다니고 있어요.

그림 왼쪽에는 세 여인이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는데, 이들은 우아함을 상징하는 세 여신이랍니다. 오른쪽에는 입을 가득 부풀려 봄바람을 불어주는 서풍(西風)의 신 제피로스가 보이네요. 제피로스가 여인에게 바람을 불어넣자, 그 여인의 숨결이 꽃이 되어 막 입술에서 피어나는 중이에요.

                           ▲ 피렌체에 있는 우피치 미술관 모습. /우피치 미술관

이 그림은 메디치 가문의 한 귀공자 결혼식 때 신부의 방을 꾸며주기 위해 주문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림 곳곳에 그려진 꽃들의 종류만 세어봐도 200여 종에 이른다고 하니, '봄'이야말로 '꽃의 도시' 피렌체를 대표하는 그림처럼 느껴져요. 흑사병이 사라지자 새롭게 탄생한 르네상스 문화처럼, 코로나 이후 우리에게 찾아올 새로운 문화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