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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천경자 작품관

천경자 : 千鏡子(1924~2015) :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Woman) : color on paper : 50.8☓43.0cm : 1977

by 주해 2022. 12. 1.

2020-12-08 16:56:05

 

LITERATURE

『CHUN KYUNG JA』(천경자, 2007), pl.96.

 

작품설명

천경자가 여인상을 주제로 인물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 이후 여성 문인 잡지의 표지화를 그리면서이다. 당시 잡지 표지화의 여인상들은 대부분 측면상으로 사실적인 표현보다 단순화된 형상의 도회적이고 현대적인 여인 형상을 그렸다. 표지화에 그렸던 반추상 형식의 여인상은이후 천경자의 대표적인 도상인 꽃과 나비와 함께 환상적인 분위기 속 여인의 도상으로 발전하게된다. 천경자의 독창적인 여인 인물화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1970년대부터인데, 이때부터 표지화나 삽화를 위한 드로잉 형식의 작품이 아닌 채색화 작품으로 여인 인물화를 선보인 것이다. 이 시기에는 출품작과 같이 화면 밖 정면을 응시한 얼굴 중심의 두상과 흉상 사이 또는 반신상을 그린 작품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출품작이 제작된 1977년은 천경자의 대표작인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수녀 테레사> 등의 작품이 제작된 해인데, 모두 황금색 눈동자에 머리에는장식을 쓰고 있고 꽃과 함께 배치된 정면상인 것이 특징적이다.긴 목, 굳게 닫은 입술, 창백한 피부색의 화면 속 여인은 우수에 찬 시선으로 화면 밖을 물끄러미응시한다. 초점 없는 눈빛에서는 작가 자신의 내면을 반영한 듯한 쓸쓸함과 고독함이 느껴지며 보는 이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화면 전반을 아우르는 보랏빛 색조는 중앙의 여인을 감싸며 중후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여인의 머리에 얹은 꽃과 나비는 다소 높은 채도의 색감으로그려져 화려함을 더한다. 천경자의 여인상은 단순한 초상화의 의미를 넘어 자신이 처한 상황과 가족의 죽음 그리고 자신의 꿈 등 개인적인 경험들을 집약시킨 것이다. 작가는 ‘외롭고 원통하고 고달플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여성상의 표현과 함께 ‘강렬하고 현실에 보기 드문, 뭔지 영원한 느낌’을 가진 여인을 그린다고 말했다. 화면 속 여인은 천경자 자신을 그린 자화상인 동시에 작가 자신의 지친 내면에 위로가 될 수 있는 초월적인 여인상의 표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