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가득 둥글게 둘러 앉은 이들 사이로 중앙에는 머리채까지 잡은 격한 씨름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 관중들은 곰방대를 문 양반부터 술상을 내어온 여인네, 어린아이들까지, 이 씨름판에서만큼은 계급이 중요치 않다. 이는 근대 개항기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솜씨로, 그가 남긴 그림들에는 일부 씨름도가 전하나 이와 같이 큰 화폭에 다양한 관중들이 등장하는 경우는 희귀하다. 또한 김준근의 다른 그림들에서는 길을 지나다 서서 씨름을 구경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면, 이 작품에서는 제대로 한 판이 벌어지는 중이다. 아예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자리 잡은 사람들 사이로 부채와 손을 번쩍 들고 선 인물들은 심판을 자처하며 분위기를 한껏 고취시킨 듯하다. 이는 마치 단원 김홍도의 〈씨름〉을 모본으로 기산이 술상 등 일부 도상을 가미해 재창작한 것으로 보인다. 좌측 상단에 자리한 씨름에는 등을 진 채 앞의 여인에게 온갖 수작을 부리는 이의 모습 등이 그러하다.
필력도 기산의 여타 작품들보다 세밀하며 먹을 기반으로 오로지 적색과 청색을 더해 포인트를 주었다. 우측 상단에는 ‘시름판’이라는 묵서와 함께 기산의 주문방인을 찍어 정성스레 마무리한 작품이다.
20241022 : S : 추정가 KRW 15,000,000 ~ 30,000,00 : HP :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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