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미술/김환기 작품관

김환기(金煥基 : 1913~1974) : 무제 : Untitled : oil and mixed media on canvas : 127.3☓177.4cm : 1967년

by 주해 2022. 12. 4.

2021-02-09 20:34:37

 

 

작품설명

 

1963년 9월 상파울루 비엔날레 참가 후, 그 해 10월 뉴욕에 정착하며 김환기의 예술 세계는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과 파리에서 이어오던 사물이나 전통 기물, 자연물 등 구상 소재를 바탕으로 진행해 온 회화 양식에서 나아가, 점차 사실적 대상 묘사가 아닌 추상적 형태로 변화를 추구했다. 작가는 일본 유학시절부터 추상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며 특히 서구의 입체파적 양식에 영향을 받은 ‘자유미술협회’의 일원으로 활동했고 구체적 사실의 모티프에서 출발한 회화는 점차 추상양식을 추구했다. 이와 같은 경험은 작가의 전반적인 조형 세계의 방향이 추상적인 형태로 자리 잡는데 영향을 끼쳤다. 사실적 대상으로부터 출발한 작품의 표현 양식은 뉴욕 정착 이후 더욱 자신만의 추상적 예술 표현으로 형태를 변화했다. 그가 꾸준히 지속해온 한국적 소재는 점차 감각적인추상으로 나아가며 김환기만의 독창적인 표현 기법으로 발전됐는데, 예를 들어 구상 요소의 단순화된 특징만을 담은 색면 회화나, 십자구도 형태 분할 회화 그리고 전면 점화의 작품으로 그 변화를 꼽을 수 있다.뉴욕 시기의 특징은 종이나 캔버스 위에 채색을 이루는 과정과 더불어 매체의 확장을 꼽을 수 있다. 신문지 위에 그리는 채색, 수채 드로잉, 오브제 형태의 파피에 마세Papier-mâché 그리고 모래나 특수안료 등 사용해 질감이 도드라지는 회화 형태가 등장한다. 다양한 재료적 기법의 변주를 통해 자신의 조형 세계를 확장 시키며 매체 실험을 이어갔다. 이번 출품작에서도 두터운 마티에르의 느낌이 잘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김환기가 주로 회화에 사용하는 푸른색 계열의 표현은 표면의질감이 강조돼 촉각적인 형질을 나타낸다. 색점의 표현 역시 이와 같은 기조를 같이 하는데, 다채로운 오방색의 점은 전면 점화에서 스며드는 듯한 표현 기법과 달리 두께감이 많이 느껴질 정도의입체감 있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도상의 형태는 마치 산월을 주제로 한 작품의 구성 요소들이 다양한 색과 점으로 환원, 분할되어 그 심상만이 단순화된 형태로 남았다. 이와 같은 점들은 형식주의 모더니즘 회화 양식을 통해 평면적 추상회화를 선보이고자 했던 서구 모노크롬 양식과는 대비되는 점이다. 작가는 바다와도 같은 푸른 바탕 위에 눈에 띄는 다양한 색점을 표현했는데 사물과자연물에 대한 관찰을 자신의 심상으로 소화해 추상적 이미지로 표현했다. 작품의 색점과 푸른 표면은 자연과의 교감이 이뤄지는 조형 세계를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이와 같이 다양한 감각적 요소가 리듬감을 있게 표현된 이번 출품작은 1960년대 뉴욕 시기 작업 가운데 등장하는 김환기의 혼합재료 양식 회화 가운데 상당히 그 규모가 큰 작업으로 김환기의 추상작품 세계에 있어 중요한작품으로 손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