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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박물관 .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아비뇽의 처녀들’ ‘춤’ 등 명화 10만여점 소장

by 주해 2022. 12. 3.

미술관은 유명한 미술품을 보기 좋게 진열하고 보관하는 장소에 그치지 않습니다. 미술 역사를 쓰는 곳이기도 하지요. 미술관은 걸려 있는 작품이 왜 중요하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이건 꼭 눈여겨봐 두세요'라고 우리에게 알려줘요. 특히 현대미술 작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미술관은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은 최초의 현대미술 전문 미술관이자 현대미술연구소인 뉴욕현대미술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뉴욕현대미술관<사진1>은 '모마(MoMA·The Museum of Modern Art)란 약칭으로 불려요.

부자들의 소장품으로 개관

모마는 1929년 미국의 석유 재벌 록펠러의 며느리 애비 올드리히 록펠러가 두 친구 릴리 블리스, 메리 퀸 설리번과 뜻을 모아 탄생시켰어요. 블리스는 섬유 부호의 딸이었고, 설리번은 유명한 변호사의 아내이자 미술 선생님이었습니다. 이들은 미술품 수집가로 적극 활동하던 중 현대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미술관을 설립해 유럽의 예술을 미국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지금은 누구나 뉴욕을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당시 뉴욕은 그렇지 못했어요. 오랜 세월 동안 미술의 흐름은 유럽을 중심으로 펼쳐져 왔기 때문입니다. 모마 덕분에 유럽 미술이 현대의 미국 미술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었죠.

 사진1 - 뉴욕현대미술관

이들은 자신의 소장품을 모마에 기증했어요. 폴 세잔의 '수영하는 사람', '사과가 있는 정물'과 폴 고갱의 '달과 지구' 등의 작품이었죠. 이들은 소장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할 전용관을 새로 지으려 했는데, 1929년 주식시장이 대폭락하는 '세계 대공황'이 발생했어요. 막대한 돈이 필요했던 새 미술관을 짓는 대신 뉴욕 맨해튼 5번가의 아파트를 임차해 미국 최초로 유럽 모더니즘 미술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모마는 1939년에야 첫 건물을 갖게 됐습니다.

모마에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2차 세계대전 기간 전후에 입수됐습니다. 이때 수집된 작품들이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앙리 마티스의 '파란 창문',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피에트 몬드리안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등입니다. 당시 독일의 나치는 국가 소장품 중 다수를 '퇴폐 미술'이라 부르며 국제 미술시장에 내놨어요. 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력이 급성장한 미국이 유럽 미술품 대부분을 사들였죠. 게다가 나치의 박해와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유럽의 예술가들과 소장가들이 많은 작품을 모마에 기증했습니다. 설립 당시 100여 점으로 시작한 모마의 소장품은 1940년 2600점으로 늘어났고, 1980년엔 5만2000점이 넘었습니다. 오늘날엔 10만 점이 넘는 소장품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벌거벗은 다섯 사람의 '춤'

수많은 작품들 중 모마에 방문해서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은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의 '춤<사진 2>'입니다. 20세기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이지요. 모마 방문객들은 관람 후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인쇄된 상품을 미술관 내 기념품점에서 구입하기도 하는데요.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이기도 해요.

 사진2 - 앙리 마티스의 '춤'.

마티스는 도시 문명 속에 살아가는 세련된 인간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본능 그대로 솔직하게 살아가는 인간을 주로 그렸는데요. 그가 그린 인간은 야생의 동물처럼 보인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야수파'라는 별칭이 붙었죠. '춤'에 그려진 다섯 명의 사람들도 모두 벌거벗고 있어요.. 마티스는 그런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런 그림을 그렸어요. 초록과 파랑의 바탕색 위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은 공중에 떠있는 듯 가볍고 자유로워 보입니다. 격식을 차리고 살아야 하는 부담이 없어서일까요? 마치 짐을 다 벗어버린 듯 홀가분한 모양입니다.

뉴욕의 활기찬 분위기를 표현

네덜란드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1872~1944)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사진 3>' 역시 모마에서 꼭 봐야 할 작품입니다. 뉴욕의 화려하고 생동적인 음악과 무용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으로 강렬한 추상성이 특징입니다. 몬드리안은 1940년에 뉴욕에 도착했어요. 유럽의 많은 예술가들처럼 그도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해왔습니다. 몬드리안은 뉴욕의 활기찬 분위기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뉴욕에 도착한 첫날 밤에 들었던 부기우기 음악에 매력을 느껴 이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해요. 부기우기는 신나는 재즈 음악인데, 사람들은 보통 이 음악을 들으며 경쾌한 춤을 춘답니다.

 사진3 - 몬드리안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마티스는 "춤은 인간의 생명과 리듬을 나타낸 것"이라며 자신의 그림을 설명한 적 있습니다. 이 생명과 리듬은 몬드리안의 그림에서도 느껴집니다. 자동차가 다니는 거리를 단순한 색채 구성으로 보여준 몬드리안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는 도시를 움직이는 생명과 리듬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