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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화제의 유물

못생겼다고 얕보지 마… 1g에 26만원 낙찰된 ‘땅속 다이아몬드’

by 주해 2022. 12. 30.

못생겼다고 얕보지 마… 1g에 26만원 낙찰된 ‘땅속 다이아몬드’ 

 

못생겼다고 얕보지 마… 1g에 26만원 낙찰된 ‘땅속 다이아몬드’

못생겼다고 얕보지 마 1g에 26만원 낙찰된 땅속 다이아몬드 아무튼, 주말 세계 진미 화이트 트러플 국내 첫 경매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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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진미 ‘화이트 트러플’
국내 첫 경매 현장 가보니

지난 13일 서울 경매를 위해 이탈리아 알바에서 공수된 흰 송로버섯. 일반 검은 송로버섯보다 4~5배 비싸다./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무게가 무려 950g인 최상품 알바산(産) 화이트 트러플입니다. 경매는 1만유로(약 1360만원)로 시작해 2000유로(약 270만원)씩 올라갑니다. 이제 여기 알바에서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올해 처음 참가하는 서울! 준비되셨습니까?”

‘알바(Alba) 화이트 트러플(송로버섯) 경매’가 지난 13일 밤 11시 무렵 시작됐다. 홍콩, 도하, 싱가포르, 빈, 서울 등 다섯 도시가 이탈리아 북서부 알바시(市)에 있는 경매장과 생중계로 연결됐다. 한국에서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 ‘아트리오’ 레스토랑에 경매장이 차려졌다. 4코스 저녁 식사와 와인 포함 1인당 30만원에 판매한 80석이 모두 채워졌다. 호텔 관계자는 “그만큼 한국 미식 시장이 커지고 송로버섯에 대한 관심이 커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송로버섯은 캐비아(철갑상어 알), 푸아그라(거위 간)와 함께 ‘서양 3대 진미’로 꼽힌다. 송로버섯이 비싼 건 온도·습도·토질 등 생장 조건 맞추기가 까다로워 인공 재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흰 송로버섯이 특히 더 비싸다. 검은 송로버섯의 국제 시세가 1kg당 110만~120만원인 반면, 흰 송로버섯은 440만~450만원으로 4~5배 높다. 물론 이건 평균 시세이고, 크기가 커질수록 가격은 천문학적으로 올라간다.

크기가 특별하게 큰 흰 송로버섯은 알바에서 열리는 국제 경매에 부쳐진다. 이탈리아 피에몬테주(州)에 속한 알바는 인구 3만에 불과한 소도시지만, 세계 최고 품질의 흰 송로버섯 산지다. 역대 최고 기록은 2007년 경매에 나온 1.5kg짜리 흰 송로버섯으로, 33만달러(약 4억3400만원)에 낙찰됐다.

이탈리아 알바 경매 현장과 생중계로 연결된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 ‘아트리오’ 레스토랑. 송로버섯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반영하듯 80석 모두 채워졌다./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송로버섯은 그 모양새가 대단찮다 못해 하찮다. 나무 뿌리 주변 땅속에서 자라는 송로버섯을 캐내면 영락없는 흙 덩어리. 맛도 설익은 감자 또는 물에 젖은 호두와 비슷하다. 설컹설컹한 식감이 돼지감자 같다는 이들도 있다. 생김새도 맛도 별로인 송로버섯이 귀한 대접을 받는 건 독특한 냄새 때문이다. 송로버섯 향은 버섯과 흙, 나무뿌리, 사향 등이 뒤섞인 듯 야하고 강렬하다. 성적(性的) 흥분 효과가 있다는 페로몬과 비슷하다고도 한다.

송로버섯은 조금만 음식에 넣어도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한다. 요리의 감칠맛과 풍미를 증폭시키고, 복합적이고 풍성한 맛으로 바꿔놓는다. 단순한 달걀프라이, 버터에 버무리기만 한 파스타도 종잇장처럼 얇게 저민 송로버섯 몇 점만 얹으면 최고급 요리로 격상한다. 흰 송로버섯이 검은 송로버섯보다 특유의 향이 깊고 오래간다고 평가받는 데다, 생산량이 훨씬 적다. 가격이 4~5배 차이 나는 이유다.

땅속에서 자라는 송로버섯은 후각이 발달한 개나 돼지를 훈련시켜 찾는다. 프랑스에서는 주로 돼지를, 알바 등 이탈리아에서는 개를 활용해왔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도 돼지보다 개를 이용하는 추세다. 돼지는 송로버섯을 좋아해 발견하자마자 먹어 치우는 경우가 많다. 개는 송로버섯 자체보다 찾아냈을 때 주인으로부터 받는 칭찬, 간식 등 보상 때문에 ‘송로버섯 사냥’을 즐긴다.

과거 국내에서 소수의 미식가들만 즐기던 송로버섯은 3~4년 전부터 대중적으로 확산되며 미식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트러플 짜장면’ ‘트러플 삼겹살’ ‘트러플 죽’ 등 송로버섯이 들어간 음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이돌그룹 ‘마마무’ 멤버인 화사가 방송에서 트러플 오일(truffle oil)을 인스턴트 짜장 라면에 뿌려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트러플에 대한 관심이 치솟자 이에 외식 업계가 편승했다.

송로버섯을 넣었다는 대중 음식은 대개 진짜 송로버섯이 아닌 트러플 오일로 만든다. 트러플 오일은 본래 유통기간이 짧은 송로버섯을 올리브오일·해바라기씨유 등 식용유에 담가 만든 향미유(flavored oil). 하지만 송로버섯만으로는 진한 향을 내기 어려워 ‘2,4-디티아펜테인(dithiapentane)’이라는 화학물질을 흔히 첨가한다.

‘2,4-디티아펜테인’은 본래 송로버섯에 함유된 천연 향 물질 중 하나인데, 이를 인공 조합한 것이다. 심지어 송로버섯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이 화학물질만으로 트러플 오일을 생산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든 트러플 오일은 저렴하게는 1만원대에도 판매된다. 덕분에 송로버섯 냄새라도 맡아볼 수 있게 됐지만, 천연 송로버섯과 비교하면 트러플 오일은 풍미가 납작하고 밋밋하면서 살짝 역하기까지 하다.

알바산 흰 송로버섯을 얹은 라비올로네(왼쪽)와 한우 안심 스테이크./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13일 ‘알바 화이트 트러플 경매’는 빠르게 진행됐다. “서울에서 3만7000유로가 나왔습니다!” 알바 현지 경매사가 흥분해 외쳤다. 전 세계 입찰자들이 엎치락뒤치락 치열하게 경쟁하며 입찰가를 순식간에 올렸다. “싱가포르 8만5000! 홍콩 8만7000! 10만! 11만2000! 12만! 이제 끝일까요? 아, 홍콩에서 다시 입찰가를 올립니다! 14만! 15만! 16만 유로! 17만 유로! 18만 유로!” 경매는 18만4000유로(약 2억5000만원)에 홍콩의 한 식당 주인이 낙찰받는 데 성공하며 마감됐다. 1g당 무려 26만원. ‘땅속의 다이아몬드’라 불릴 만하다.

국제 경매에 앞서 서울에서 자체 경매도 열렸다. 경매 하루 전인 12일 비행기로 실어온 90g짜리와 178g짜리 알바산 흰 송로버섯이 각각 270만원과 580만원에 낙찰됐다. 콘래드 호텔에서 세트로 구성한 스위트룸 숙박권, 이탈리아 최고급 바롤로 와인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두 번째로 경매된 200g짜리 송로버섯은 서울 한남동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 ‘보르고 한남’을 운영하는 오너셰프 스테파노 디 살보 손에 들어갔다. 디 살보 셰프는 “이만 한 크기에 이만큼 좋은 상태의 흰 송로버섯은 구하기 어렵다”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