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에 만들어진 ‘일영원구’
8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조선말 제작된 휴대 가능한 소형 해시계인 '일영원구'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김지호 기자
19세기 말 조선의 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日影圓球)’가 미국에서 돌아왔다.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둥근 지구본 모양의 시계로, 어느 지역에서나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고안된 희귀 유물이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3월 미국 경매를 통해 매입한 ‘일영원구’를 18일 공개했다. 동과 철로 만들어졌으며 높이 23.8㎝, 구체 지름 11.2㎝다. 당초 소장자인 일본 주둔 미군 장교가 작고한 뒤 유족으로부터 유물을 입수한 개인 소장자가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 때 처음 만들어진 조선시대의 일반적인 해시계 ‘앙부일구’는 한 지역에서만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다. 반구(半球) 형태로 영침(影針·해그림자를 만들기 위한 뾰족한 막대)이 고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일영원구’는 이와 달리 둥근 공 모양으로 두 개의 반구가 맞물려 여러 장치를 조정하면서 어느 지역에서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반구 한쪽에는 12지(支)의 명문과 96칸 세로선으로 시각을 표시했는데, 하루를 12시 96각(刻·15분)으로 표시하던 조선 후기의 시간 표시(시패·時牌)가 나타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유물에 새겨진 명문에는 1890년 7월 상직현(尙稷鉉)이란 인물이 제작했다고 나와 있는데, 그는 고종 때 국왕 호위와 궁궐 방어를 맡았던 무관이었다.
문화재청 이선혁 주무관은 “조선의 과학기술을 계승하는 한편, 대외 교류가 늘어나던 상황에서 타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 제작된 유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유물은 국립고궁박물관의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에서 19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2022년 8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휴대 가능한 소형 해시계인 '일영원구'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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