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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서양 미술사

왜 폭력은 계속되는가.....일리야 레핀 : '이반 4세와 그의 아들 이반' 1883~1885년 : 캔버스 유채 : 199.5x254cm : 모스코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소장

by 주해 2022. 12. 22.

2022-03-08 09:11:04

 

왜 폭력은 계속되는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18] 왜 폭력은 계속되는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18 왜 폭력은 계속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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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레핀 작품 '이반 4세와 그의 아들 이반'

1581년 어느 날, 러시아 황제 이반 4세가 황태자이자 아들 이반의 머리를 왕홀(王笏)로 후려쳤다. 임신한 며느리의 옷매무새가 단정치 못했다는 이유였다. 피를 쏟으며 쓰러진 자식을 보고서야 제정신이 든 이반 4세는 아들을 부둥켜안고 울부짖었지만 이미 늦었다. 지은 죄 없이 무참히 죽임을 당한 아들은 마지막 순간에도 순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의 팔을 붙들고 용서를 전한다. 늙고 어리석은 아비의 광기가 부른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피비린내가 진동할 듯 처참하게 그려낸 이는 일리야 레핀(Ilya Yefimovich Repin·1844~1930). 레핀은 19세기 러시아 최고의 화가라고 불리지만 출생지는 지금의 우크라이나다.

이 사건은 레핀이 그림을 그리기 300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아들 이반이 이반 4세의 거처에서 사망한 건 사실이나, 사인이 명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고, 아비 손에 맞아 죽었다는 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몇몇 소문 중 하나였지만, 레핀의 작품 이후로는 누구도 의심치 않는 역사적 사실이 됐다. 그렇다면 레핀은 왜 수백 년 전의 참사를 그때 들춰냈던 것일까.

1881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당시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거리 한가운데서 폭탄 테러로 암살당했고, 그 후 테러범들 또한 도심에서 공개 처형됐다. 이 모두를 목도한 레핀의 머리에는 피 웅덩이에서 벌어지는 사투에 열광하던 에스파냐의 투우 관중이 떠올랐다. 왜 사람들은 끔찍하고도 혐오스러운 혈투에 매료되는지, 그리고 왜 이토록 잔인한 폭력이 경기장이 아닌 현실에서도 끝없이 일어나는지, 레핀은 질문을 던지며 흐릿했던 과거의 한 장면을 생생하게 되살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