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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서양 미술사

도싯셔 절벽에서 바라본 영국 해협(The British Channel Seen from the Dorsetshire Cliffs) 존 브렛 (John Brett·1831~1902)1871년, 런던 테이트 미술관 : (106x212.7㎝)....마지막 순간까지 갖고 있던 풍경화

by 주해 2022. 12. 22.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20] 마지막 순간까지 갖고 있던 풍경화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20 마지막 순간까지 갖고 있던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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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ritish Channel Seen from the Dorsetshire Cliffs, 존 브렛, 1871년, 런던 테이트 미술관

티끌 한 톨 없이 해맑은 어느 날, 해안 절벽에 서서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는 상상을 해보자.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복숭앗빛이 피어나는 수평선에 흰 커튼 같은 햇빛이 너울너울 내려와 코발트 빛 수면 위에 밝은 나선형 무늬를 그린다. 따뜻하고도 신선한 바람을 느끼며 부드러운 파도 소리를 들으면 신선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시시때때로 미세 먼지에 갇히는 한반도에서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라면, 지금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영국 화가 존 브렛(John Brett·1831~1902)의 풍경화 앞에 서면 된다. 변화무쌍한 바다색을 들여다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를 것이다.

풍경화가 브렛은 성실한 장인 정신과 철저한 사실주의로 무장한 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아무리 광대한 자연이라고 할지라도 그 속에 존재하는 모든 광물과 식물, 토양과 대기 등의 세부를 어느 하나도 허투루 다루지 않고 치밀하게 그려냈다. 말년에는 주로 해안과 바다 풍경에 주력했는데, 그즈음 브렛은 210톤짜리 거대 범선, ‘바이킹호’를 소유하고 영국 해협을 비롯한 지중해 연안을 자유롭게 항해하며 수많은 스케치를 남겼다.

이 작품의 배경인 도싯셔는 영국 남서부 해안 중에서도 지질 시대의 기암절벽과 푸른 바다가 특히 빼어난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그러나 브렛이 정확히 어떤 절벽에 서서 어느 방향을 내다보고 이 그림을 그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어쩌면 항해 중에 그린 수많은 스케치 모두를 조합해 만들어낸 그 마음속 이상적 풍광이었을지 모른다. 이 작품은 마지막까지 작가가 갖고 있다가 그의 사후에 아내가 테이트 미술관에 기증한 것. 한국으로의 여행은 물론 처음이다.